[노무현 관훈토론회]노무현, 안보관-사상문제 질문에 짜증

  • 입력 2002년 5월 14일 18시 49분


노무현후보는 관훈토론회에서 특유의 순발력을 발휘했다. 그는 패널리스트들의 질문공세에 가끔씩 “미처 공부하지 못한 부분이다. 앞으로 공부를 더 하겠다”고 다짐하며 위기를 모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노 후보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 노 후보를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김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는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97년 신한국당 후보 시절을 겨냥, “그동안 대통령후보들은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현직 대통령을 비난하고 당에서 나가라고 했는데 이는 국민을 속이는 일이다”고 화살을 날리기도 했다.

여유있는 모습을 견지하려고 애쓰던 노 후보는 안보관과 사상문제에 관한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답변 도중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그는 ‘통일 이후 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여야 한다거나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소모적 체제 논쟁은 그만둬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반론성 질문이 거듭되자 “결론이 난 문제를 갖고 논쟁하면 소모적이다”고 말을 자르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대통령이 되면 북한 지도자와 대화해야 하는데 ‘당신 체제는 아니야’라고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그래도 사상문제가 계속 거론되자 노 후보는 “(내가) 사상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며 “판사와 국회의원, 장관을 지낸 나에게 사상검증을 하려 하면 짜증스럽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육사를 나온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한 패널리스트가 “호주제 철폐가 어렵다면 친양자 제도만이라도 용인하겠느냐’고 단답식 대답을 요구했지만, 노 후보가 “제가 공부하지 못한 분야다. 대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해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노 후보는 또 대선 선거비용을 법정 비용만 사용하겠다고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내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얘가 5년 뒤에 무사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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