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사과성명 설득력 없다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0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어제 ‘아들들 문제’를 사과하며 민주당을 탈당한다는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했으나 그 진심에 대해서는 아직 믿음이 가지 않는 게 솔직한 우리의 심정이다.

김 대통령은 성명 첫머리부터 ‘아들들 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여전히 “검찰 수사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김 대통령의 그 같은 입장표명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다. 더욱 분명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미국에 있는 3남 홍걸(弘傑)씨를 귀국시키고 의혹에 싸인 아들들이 검찰에 자진 출두토록 하겠다는 말을 왜 못하는가.

김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수사를 통해 사건이 엄정하게 처리되기를 충심으로 바란다”고 했으나 그 같은 제3자적인 입장표명은 오히려 검찰 수사의 중립성을 해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 대통령은 ‘아들들 문제’를 이미 2년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도 문제삼지 않았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그런 마당에 검찰의 엄정한 처리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 ‘없는 죄를 씌우지 말라’는 식의 압력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김 대통령의 이날 사과 방식도 진정으로 사과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김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박선숙(朴仙淑)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을 통해 ‘간접사과’를 하더니 이번에는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을 통해 또다른 ‘간접사과’를 했다. 일부에서는 김 대통령이 직접 사과할 때를 대비해 이처럼 ‘간접사과’부터 하는 등 ‘분위기’를 잡고 있는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잘못을 인정한다면 백번이라도 직접 국민에게 사과하는 것이 도리다.

김 대통령이 이처럼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을 탈당한다 해도 ‘아들들 문제’를 덮어보려는 ‘위장탈당’이 아니냐는 야당측 주장이 나온다. 권노갑(權魯甲)씨를 구속한 것도 ‘아들들 문제’에 쏠리는 국민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김 대통령은 ‘아들들 문제’처리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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