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걸씨 뒤에 이희호여사?

  • 입력 2002년 5월 6일 18시 07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일가의 비리의혹에 끝이 없다. 세 아들에 이어 이번에는 이희호(李姬鎬) 여사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대통령이 아들 문제로 사과성명을 발표하는 날 최규선(崔圭善) 게이트에 대통령 부인이 등장하는 것을 보는 국민의 심경은 허탈하다.

대통령 셋째아들 홍걸(弘傑)씨가 이 여사의 주선으로 2000년 7월 포스코 유상부(劉常夫) 회장을 만났다는 것이다. 대통령 아들이 기업인을 만난 자체가 의심받을 일인데다 모임의 성격도 석연치 않다. 단순히 조언과 덕담을 주고받는 자리였다는 포스코 측의 설명을 액면 그대로 믿기에는 수상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자리에는 최규선 김희완(金熙完)씨 등 홍걸씨와 함께 타이거풀스의 체육복표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사람들이 동석했다. 이후 포스코는 최씨를 통해 타이거풀스 주식 20만주를 주당 3만5000원씩 70억원에 사들였고 이중 24억원이 최씨에게 건네졌다. 홍걸씨는 이중 상당액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타이거풀스 주식 1만3000주를 동서 등의 이름으로 보유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여사는 자신이 의도했건 안했건 포스코에 주식 매입 압력을 넣은 셈이고, 결국 홍걸씨 비리의혹을 조장한 셈이 된 것이다. 아들의 비리의혹을 차단해야 할 어머니가 오히려 이를 더 키운 것이니 할 말을 잃게 된다. 이 여사로서는 별다른 의심 없이 막내아들의 부탁을 들어줬을지 모르지만 그런 자식사랑이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이 여사가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한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포스코 측도 당초 밝혔던 얘기를 번복하고 있다. 솔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포스코 대변인이 실수할 일이 따로 있지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문제를 그처럼 잘못 얘기할 수 있었겠는가.

이 여사의 ‘역할’에 대한 의혹은 이제 포스코의 번복만으론 덮기 어렵게 됐다. 진실을 밝히는 데 대통령 부인도 예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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