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조속처리’ 공감대]與 “월드컵前 권력비리 다 털자”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30분


“월드컵 전에 다 털어라.”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 의혹이 증폭되고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이 금품수수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여권 인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공식적으로는 검찰에 대한 개입으로 비칠까봐 말은 못하고 있지만 “이런 상태로 가면 지방선거가 위험하다”는 위기 의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이르면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9일 이전까지, 늦어도 월드컵이 시작되는 30일 이전까지 털 수 있는 것은 다 털어 버려야 한다”는 의견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할 노무현(盧武鉉) 후보 측도 초조하기는 마찬가지. “영남 광역단체장 중 한 석도 이기지 못하면 재신임을 받겠다”고 공언해 놓은 상태에서 여권 핵심에 대한 비리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영남권 선거에서 치명상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영남권도 영남권이지만 선거 당시의 분위기와 바람에 민감한 서울 등 수도권도 걱정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에는 검찰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검찰에 이 같은 분위기를 전할 수 있는 마땅한 채널도 없고 검찰이 여권의 속사정을 헤아려줄 것 같지도 않다는 게 여권의 고민이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들은 “비리가 있으면 수사를 계속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없으면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며 수사에 시한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홍업(弘業)씨와 홍걸(弘傑)씨의 조기 소환설에 대해서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고개를 내젓고 있다.

하지만 검찰에서도 “자칫하면 비리 수사로 국가 대사인 월드컵 분위기까지 망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검찰 수사가 일시적으로 소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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