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2년전 '홍걸씨 의혹 보고' 묵살 비리키워

  • 입력 2002년 5월 2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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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여권은 2년 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의 비리 의혹을 보고 받고도 어떤 조치를 취한 것일까.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2000년 7월 청와대와 여권 실세인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홍걸씨와 최씨에 대한 ‘보고’를 올렸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일을 확대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고 경위와 내용〓김 전 차장은 2000년 7월 권 전 최고위원에게 보고하기 이전에 청와대에 홍걸씨와 최씨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장의 측근은 2일 “김 전 차장이 청와대에 보고한 시점은 권 전 최고위원에 대한 보고 시점보다 빠르다”며 “권 전 최고위원의 문제가 터진 직후 다시 확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보고 경위에 대해 이 측근은 “당시 최씨가 홍걸씨를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금품을 받아 챙긴다는 소문이 위험 수위에 달해 김 전 차장이 이를 취합해 청와대에 보고서를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장이 보고한 내용 가운데는 최씨가 무기거래 사업에 관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반응과 조치〓김 전 차장의 보고에 대해 청와대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의 상황을 보면 ‘적절한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민정비서실에서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장의 측근은 “김 전 차장이 보고한 직후 청와대 등에서 ‘쓸데없는 짓을 한다’며 질책만 받았다”고 전했다.

김 전 차장의 보고 사실이 홍걸씨 등에게 알려지면서 김 전 차장은 홍걸씨 등에게서 ‘역공’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홍걸씨를 통해 이 사실을 알게 된 최씨도 권 전 최고위원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런 과정에서 김 전 차장이 2000년 7월 권 전 최고위원을 찾아가 보고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홍걸씨와 최씨는 아무 거리낌없이 활동했다. 홍걸씨는 대한항공의 ‘특1등석’을 타고 수시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최씨의 ‘접대’를 받았고 최씨도 더 활발하게 각종 ‘사업’에 손을 댐으로써 사건을 확대시켜왔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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