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의 건강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30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과로와 위장장애로 입원치료를 받고 있어 국민의 걱정이 크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건강은 바로 국가의 건강이고 국가의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다. 선진 각국에서 대통령의 건강이상 징후가 있으면 국가 현안이 되고 언론의 주요뉴스로 다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대통령은 올 초 연두회견 등 그동안에도 공식석상에서 몇 차례 피로한 기색을 보여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자아내곤 했다. 70대 후반의 고령에 수많은 공식 비공식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피로가 쌓이고 그것이 건강이상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김 대통령의 누적된 과로는 국정의 많은 부분을 직접 챙기는 그의 의욕적이고 꼼꼼한 업무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가령 매주 열리는 국무회의에만 해도 꼬박꼬박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각계 인사들과도 수시로 간담회를 갖고 토론을 빼놓지 않는다. 거의 매일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은 김 대통령의 이 같은 ‘일 욕심’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정을 줄여야 한다고 김 대통령에게 건의해도 ‘알았다’ 하고는 다시 집어넣는다”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책임제 아래에서 대통령이 느끼는 일의 무게와 부담은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다 챙기겠다고 나서면 끝이 없다. 대통령이 독주한다는 얘기도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뜻에서 대통령은 국가의 기본방향과 관련된 큰일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내각이 하도록 업무를 조정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로 지금 김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일 중에는 국무총리나 각부 장관에게 넘겨줘도 될 일이 상당수다. 장관의 힘이 커진다고 대통령의 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이는 오히려 정권 전체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입원 후 김 대통령의 건강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나 앞으로는 대통령의 일정을 효율적으로 조정하는 등 대통령의 건강관리에 대한 주변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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