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귀족風 벗고 서민속으로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변해야 산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가 일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스스로 변하지 않고서는 지지율 반등의 단초를 열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근저에는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에 대한 위기감이 깔려 있다.

방향은 ‘낮은 데로 임하는 것’이다. 빌라 파문으로 덧칠된 귀족적 이미지와 의전(儀典) 중심의 고루한 스타일을 벗어던지고 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자는 것.

이 후보는 우선 지방출장 때 승용차로 이동하던 방식을 벗어나 10일 인천지역 방문부터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동행하는 취재진 및 수행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고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다.

경선이 시작되면서부터 그는 또 양복 대신 잠바를 입기도 하고, 보좌진들과 함께 설렁탕 집도 찾는 등 ‘파격’을 보이고 있다.

기존 스타일의 변화도 뒤따르고 있다. 이 후보는 10일 오후 수원의 경기도지부 정기대회에서 “노풍은 솔직히 대단한 바람”이라며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개석상에선 ‘찻잔 속의 태풍’이라고 일소(一笑)에 부치던 것에 비하면 크게 달라진 태도다.

보좌진들은 이와 함께 이 후보의 공식 일정 때 딱딱한 ‘말씀자료’를 만드는 대신, 가능한 한 현장 상황에 맞춰 순발력있는 연설이나 대화를 해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이념적 좌표가 지나치게 ‘보수 일변도’로 비친 점도 이 후보측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보수대연합보다는 국민대통합론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 후보 주변에선 “아직도 변화 속도가 느리다. 더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 후보의 변신이 바닥 민심의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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