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단호대응”… 경고냐 엄포냐

  • 입력 2002년 3월 17일 18시 05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요즘 당 내분 사태에 대해 연일 단호한 대응 원칙을 밝히고 있다.

이 총재는 16일 충남 천안 연수원의 당 청년위원회 행사에서 “우리 당은 바람에 흔들리는 ‘일엽편주(一葉片舟)’가 아니다. 흔들림 없이 이 나라 운명을 향해서 항해하는 거함이다”고 말했다.

듣기에 따라선, 김덕룡(金德龍) 홍사덕(洪思德) 의원이 ‘흔들림없는 항해’에 장애물이 될 경우 정리할 수 있다는 의지로도 비쳤다. 이 총재가 전날 서울과 부천의 지구당 대회에서 “사슴을 잡기 위해선 토끼를 쫓는 어리석음을 버리자”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라고 당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정권 교체라는 ‘사슴’을 잡기 위해선 김, 홍 의원과 같은 ‘토끼’를 버릴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얘기였다.

그러나 최근 이 총재를 직접 만난 당 소속 의원들은 “외견상 강경기류와 달리, 이 총재는 내부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전했다. 공식 석상에서의 이 총재 발언은 당의 단합을 촉구하는 뜻일 뿐, 실제 속내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10일 일본 출국 전 기자간담회에서도 홍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경선 불참에 대해 “당헌 당규대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어 놓고도, 당 3역에게는 “경선 일정을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별도 지시를 내렸었다.

또 15일 이 총재를 만난 이성헌(李性憲) 의원은 “이 총재가 ‘김덕룡 의원은 당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며 붙잡을 뜻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 총재가 앞으로 내놓을 해법이 이해당사자들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비주류의 ‘대선전 당권-대권 분리’에 대한 당내 보수파 의원들의 반대가 여전한데다가, 이른바 ‘측근 배제’ 논란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의 반발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대선후보 경선에만 참여하고, 총재 경선에는 불출마함으로써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의 효과를 거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총재는 18일 아침에 열릴 예정인 총재단회의를 저녁으로 늦춰 이 자리에서 당 분란 수습방안의 골자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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