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前최고 “난 정거장…도와준 사람 다 기억못해”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34분


여야의 정치자금 공방 한가운데 서 있는 권노갑(權魯甲) 민주당 전 최고위원이 6일 서울 동부이촌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2000년 민주당 경선 자금 지원과 관련해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두 상임고문에 대해 격한 표현을 쓰며 섭섭한 감정을 토로했으나, 다른 사람들에게 추가 지원을 했는지에 대해선 “기억이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모 의원 측에서 돈을 받았다고 했다는 데 측근들이 준 것 아닌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으며)글쎄, 나는 돈 준 기억이 없다. 나는 남을 도와주며 살아 왔다. 나는 정거장이다. 김근태는 꼬마 민주당 때부터 ‘재야’라며 하도 징징대서 도와준 거다.”

-한나라당은 ‘미운 털’에게 2000만원을 줬다면 ‘예쁜 털’에게는 더 줬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데….

▼관련기사▼

- 권노갑씨 “검찰 부르면 조사 받겠다”
- 한나라 "2년前 일 모른다니 권씨 국민 우롱"
- 민주당 설훈의원 "李총재 뭘로 정치하나?"
- "어? 노무현이" 한나라 당혹
- 金太郎 前의원이 책에서 밝힌 ‘權의 도움’

“당시 두 사람은 미운 털이 아니고 예쁜 털이었다.”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에게 훨씬 많은 지원을 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나라당이 이 고문을 흠집내려고 하는 것이다. 당시 한화갑(韓和甲) 김중권(金重權) 이인제는 잘 나가고 있어서 특별히 지원할 게 없었다.”

-(음식점에서) 돈가스를 판 돈으로 경선자금을 지원했다는 얘기를 잘 믿지 않는데….

“93년 최고위원 경선 때도 식당 수익과 친지들이 도와준 돈을 합쳐 최고위원에 나왔다. 지난번에 최고위원 출마를 하기 위해 미리 준비한 돈의 일부도 식당에서 나왔다. 그 돈에서 도와줬다는 것이다. 비리나 부정 게이트에 관여하지 않았고, 그런 돈을 쓴 일도 없다.”

-자서전 증보판 출판기념회는 언제 여나.

“경선이 끝난 뒤 적절한 시기에 할 것이다. 자서전에 돈 얘기는 안 썼다. 또 지금까지의 정치인생을 담은 영상자서전을 만들고 있다. 대의원들에게 다 돌릴 것이다.”

-김근태 고문이 어느 라디오방송에서 ‘울고싶다’고 하더라.

“울기 전에 잘 하지.”

-미국에 또 가나.

“경선 끝나는 것보고 5월에 하와이에 가서 경제특강을 들을 계획이다. 두 달가량 있을 것이다.”

-이인제 고문을 계속 지지하나.

“나는 한번도 이인제를 지지한다고 한 적 없다. 이인제든 누구든 당원과 국민에 의해 후보로 선출되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다.”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이 후보가 돼도 마찬가지인가.

“물론이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