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대세론이 무난히 유지될 것으로 보고, 대선전략도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이인제 후보의 양자대결을 상정해 짜온 게 사실. 그러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박근혜(朴槿惠) 변수에 이어 ‘노무현 변수’까지 부상하자 대선전략의 기본전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특히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노 후보 또한 영남출신이라는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노무현 돌풍’이 이어져 이인제 대세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비, 대선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부총재 중 한 사람은 6일 “이 총재 입장에서 이인제 후보는 익숙하지만 노 후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며 “이회창 대 노무현 구도는 자칫 ‘귀족과 평민’의 대결양상으로 치달아 우리에게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 후보는 지역과 학력, 나이, 정치적 성장배경 등 모든 면이 이 총재와 대비되기 때문에 선거 이슈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었다.
한나라당이 내심 경계하는 것은 무엇보다 영남권의 동요. 영남권은 아직까지도 ‘이회창 대안 부재론’으로 끄떡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지만, 박근혜 변수와 노무현 변수의 파장에 따라서는 영남권 유권자들이 대안을 통한 영남정권 창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눈길을 줄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도 그런 움직임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가 6일 충남 청양-홍성 지구당 대회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반대’ 의사를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런 예상외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노 후보의 선전이 노 후보 지지성향이 강한 영남지역, 특히 울산 지역 일반국민 선거인단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뿐 전체적인 대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 응답자의 70% 이상이 ‘탈당한 박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며 “박 의원의 탈당이 대선 변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