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노무현이" 한나라 당혹…대선전략 흔들

  • 입력 2002년 3월 6일 18시 25분


울산지역 선거인단 여론조사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1위를 차지하는 등 민주당 경선구도가 동요할 조짐을 보이자 한나라당은 전체 대선구도의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의 대세론이 무난히 유지될 것으로 보고, 대선전략도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이인제 후보의 양자대결을 상정해 짜온 게 사실. 그러나 대선레이스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박근혜(朴槿惠) 변수에 이어 ‘노무현 변수’까지 부상하자 대선전략의 기본전제가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한나라당으로서는 특히 박 의원과 마찬가지로 노 후보 또한 영남출신이라는 점에 신경을 쓰고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노무현 돌풍’이 이어져 이인제 대세론이 허물어질 경우에 대비, 대선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부총재 중 한 사람은 6일 “이 총재 입장에서 이인제 후보는 익숙하지만 노 후보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노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는 것을 경계해 왔다”며 “이회창 대 노무현 구도는 자칫 ‘귀족과 평민’의 대결양상으로 치달아 우리에게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노 후보는 지역과 학력, 나이, 정치적 성장배경 등 모든 면이 이 총재와 대비되기 때문에 선거 이슈 자체가 바뀔 가능성이 많다는 분석이었다.

한나라당이 내심 경계하는 것은 무엇보다 영남권의 동요. 영남권은 아직까지도 ‘이회창 대안 부재론’으로 끄떡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석이지만, 박근혜 변수와 노무현 변수의 파장에 따라서는 영남권 유권자들이 대안을 통한 영남정권 창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눈길을 줄지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나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총재도 그런 움직임을 그냥 방치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총재가 6일 충남 청양-홍성 지구당 대회에서 ‘인위적 정계개편 반대’ 의사를 거듭 강조한 것도 그런 예상외의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노 후보의 선전이 노 후보 지지성향이 강한 영남지역, 특히 울산 지역 일반국민 선거인단에 의한 일시적 현상일 뿐 전체적인 대세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또 이 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의원의 텃밭인 대구 경북 지역 응답자의 70% 이상이 ‘탈당한 박 의원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며 “박 의원의 탈당이 대선 변수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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