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임의사 밝힌적 전혀 없는데"

  • 입력 2002년 3월 1일 18시 32분


‘민족정기를 세우는 국회의원 모임’이 친일행위자 명단을 발표한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장에는 모임 회장인 민주당 김희선(金希宣) 의원 등 여야 의원 12명이 참석했다. 이 중 11명이 모임 소속 의원이었다.

모임 회원이 29명인 점을 감안하면 18명이 불참한 것. 이에 대해 모임 측은 “11명은 참여를 위임했고 7명은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도 참석자와 위임자를 합쳐 소속 의원 22명의 명단이 실려있었다.

그러나 모임 측이 ‘위임했다’고 밝혔던 11명의 민주당 의원들 중 일부가 1일 위임 사실을 부정함에 따라 ‘명의 도용’ 시비가 일고 있다.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명단을 확정한 지난달 27일 회의와 다음날 기자회견에 대해 위임장을 낸 것이 아니며 위임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며 “김희선 의원이 며칠 전 전화를 걸어와 ‘얼굴이라도 비쳐달라’고 요청해온 적은 있지만 확답을 해주지 않았는데 어떻게 위임한 걸로 됐는지 모르겠다”고 발표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도 있는 정치인보다는 역사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이런 작업을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상수(李相洙) 의원도 “위임한 기억이 없는데 내 이름이 들어가 있어서 김희선 의원에게 확인해봤더니 ‘서명하지 않은 게 맞다’고 하더라”며 “회의 내용을 들은 바도 없고 친일 대상자 선정 작업을 하는지조차 몰랐다”고 말했다.

박상희(朴相熙) 의원은 “무엇을 논의하는지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서 내 이름을 올려놓으면 어떡하느냐고 항의했다”며 “내 입장을 밝히라면 불참 또는 거부”라고 단언했다.

이재정(李在禎) 의원은 내용을 모르고 위임한 경우. 그는 “논란이 되고 있는 추가 명단 16명에 대해서는 신문을 보고서야 알았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선정 기준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신기남(辛基南) 김태홍(金泰弘) 최용규(崔龍圭) 의원은 다른 일정 때문에 회견에 참석하지 못하고 위임을 했으나 명단 내용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설훈(薛勳)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위임한 사실 외에는 뭐라 말할 수 없다”고 보좌관들이 전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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