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교통, 부시 對北 강경발언 엇갈린 해석

  • 입력 2002년 2월 4일 18시 40분


정치권의 외교통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 강경 발언에 대해 여야에 따라 그 해석을 달리 했다. 그러나 이들은 정부에 대해서는 “‘동족’(남북관계)과 ‘동맹’(한미관계) 사이에서 절묘한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문했다.

▽여야의 엇갈린 분석〓여당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국내용’ 또는 ‘실리용’으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국회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민주당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북한의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느닷없이 나온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엔론사태 의혹 회피나 11월 중간선거를 노린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같은 당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미국이 대(對)테러전쟁에 대해 ‘우리는 이슬람과 싸우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해온 만큼 그 증거로 비(非)이슬람국가인 북한을 희생양으로 끌어들이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북한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불신이 ‘9·11 테러’를 계기로 드디어 폭발한 것”이라며 ‘명백한 대북용’으로 분석했다.

통외통위 간사인 조웅규(曺雄奎·한나라당) 의원은 “‘악마(evil)’라는 용어를 쓴 것 자체가 미국의 대북인식을 그대로 보여준다”며 “이는 북한이 핵과 생화학무기, 미사일 등을 계속 개발할 경우 대미 테러 위협으로 간주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엄중한 경고”라고 말했다.

김용갑(金容甲·한나라당) 의원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현실을 직시한 정확한 상황 판단”이라며 “현 정권이 안보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가졌다면 부시 행정부와 견해차를 보일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해법〓여당은 민족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성을 미국 측에 이해시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성호 의원은 “미국의 대북강경책이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마련된 남북화해협력의 기본틀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20일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은 “햇볕정책만 고집하면서 미국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여야 개혁파 의원 16명의 부시 대통령 비판〓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평화로운 한반도에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미국 측의 태도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을 핑계삼아 금강산육로개방과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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