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美외교 총제적 난맥

  • 입력 2002년 2월 3일 21시 25분


정부는 지난달 30일 발표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강한 톤의 대북 경고가 포함될 것이라는 언질을 국무부로부터 사전에 받았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3일 밝혀졌다.

또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장관이 3일 KBS 1TV 심야토론에서 북한이 남쪽의 4600만명을 겨냥해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은 다소 '논리적인 비약'이라고 말한데 대해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국민의 안보의식을 무장해제시키는 망언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늑장 대응=외교통상부 당국자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지난달 28일 미 국무부로부터 부시 대통령 연두교서에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한 경고가 포함될 것이라는 언질을 받고, 이를 빼기 위해 노력했으나 언급수준을 낮추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국무부에서 북한을 비난하는 부분이 빠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해와 "그렇게 될 걸로 믿었다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정세현 장관 발언 파문=정 장관은 KBS 심야토론에서 "북한이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체제를 방어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기자간담회에서 "마치 북한의 대량살상무기가 대남용이 아닌 것처럼 발언을 한 정 장관이 과연 대한민국의 장관인지 의심스럽다"고 맹비난했다.

▽북-미 간 갈등 고조=부시 대통령은 1일 뉴욕에서 가진 압둘라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에서 "북한이 우호의 표시로 재래식 무기를 철수하고 대량살상무기 수출을 중단한다면 북한과 대화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중앙통신은 논평에서 "부시 대통령의 언급은 우리를 반(反)테러전쟁의 제2목표로 지정하고 군사적으로 제압하려는 무모한 기도이다"며 "우리는 미국과 전쟁을 치를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부 대응=정부는 20일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미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공동 코뮤니케를 발표할 수 있도록 외교역량을 동원해 미국과의 사전 조율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또 "한반도의 긴장고조를 막기 위해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들을 통해 북한측에 북-미대화에 나설 것을 서줄 것을 촉구하는 한편 북-미대화 유도를 위해 남북관계를 일정 궤도로 올려놓는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생일(2월16일)에 맞춰 10일 방북 하는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러시아 대통령 특사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에 나서 달라는 우리의 요청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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