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北-이라크 동등취급 부시의 커다란 실수"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7분


미국의 첫 여성 국무장관으로 제2기 클린턴 행정부(1997∼2000년)에서 대북 포용정책을 주도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장관(사진)은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1일 미 NBC 방송의 아침 종합뉴스 프로그램 ‘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 이라크를 싸잡아 취급한 것은 ‘커다란 실수’라고 못박고 “무엇보다도 이들은 서로 매우 다르다는 점을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가 행정부를 떠날 때 (북한의) 미사일 기술 수출 중단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협정의 체결 가능성도 탁자 위에 남겨 놓았는데 그것을 멀리한다면 실수”라면서 “북한이 위험하다는 것은 알지만 이들 세 나라를 한데 묶는 것 역시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라크의 경우 1991년 이래 미국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제거를 위해 애써 온 만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이란은 아프가니스탄 처리를 두고 협력을 얻을 필요가 있는 등 상황이 더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클린턴 정부에서 북-미 핵협상을 담당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국제대학원장도 이날 “외교적 선택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문제만 제기하는 것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악의 축’이라는 발언에 경악했으며 이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뉴욕〓한기흥특파원 eligi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