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밥 정권… 색맹환자…”與野 막말로 보낸 한해

  • 입력 2001년 12월 30일 18시 19분


여야 간의 험악한 설전은 세밑까지도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는 29일 브리핑에서 “이 정권은 헌정 이래 가장 부패하고 구조적으로 부정과 권력형비리에 찌든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도 지지 않았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30일 정치권 일각에서 떠도는 정계개편설에 대해 “정체성이 모호할 정도로 복잡하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한나라당으로서는 정계개편설이 두려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변인제 폐지 주장까지 나왔지만 대선이 가까울수록 대변인단의 입은 더욱 거칠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야의 최고 지도부도 툭하면 막말을 내뱉기 일쑤였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는 이달 10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를 겨냥해 “국회법 절차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사람이, 신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해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이는 이 총재가 8일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모와 지략으로 따지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따라갈 사람이 없고 기교와 변신으로 따지자면 김종필 총재를 누가 따라가겠느냐”고 말한 데 대한 반응이었다.

여야 영수들에 대한 한여름의 친일논쟁도 무더운 날씨만큼이나 낯뜨거웠다. 민주당은 “이회창 총재 부친이 일제 말기에 검찰서기를 했다면 독립투사를 탄압했을 것”이라며 친일행적을 거론, 한나라당을 자극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고교시절 일본인 담임에게 전화로 ‘선생님, 도요타(豊田)입니다’라고 창씨개명한 이름을 썼다”는 일본신문 보도를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7, 8월 현 정부의 노동 및 소득재분배 정책 등을 사이에 둔 여야간 ‘사회주의 논쟁’도 험담 일색이었다. 한나라당 김만제(金滿堤) 당시 정책위의장이 “낡은 사회주의에다 포퓰리즘(대중선동주의) 정책을 남발한다” “DJ정책은 의사 대신 정육점 주인이 심장수술을 한 것 같다”며 비난하자 민주당은 “김 의장은 붉은 색만 보는 색맹환자”라고 맞 비난했다.

2001년 여야 저질 험담 10선
민주당한나라당
빈대에도 있는 낯이 한나라당에만 없다(4월22일 장전형 부대변인)이 정권은 국민을 속이고도 죄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후천성 면역결핍증 정권이다(4월24일 권철현 대변인)
국민 앞에서는 정치자금을 포함하자며 개혁적인 양 모양을 내고, 당에서는 검은 돈을 지키려는 의원들에 영합해 법 제정에 반대하는 이회창 총재의 행태는 이중적 정치인의 전형이다(4월27일 김현미 부대변인)민주당 정권은 철학도 이념도 색깔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 비빔밥 정권이다(8월29일 장광근 수석부대변인)
앞으로는 일본의 역사왜곡과 신사참배를 비난하면서 뒤로는 친일파를 우대하는 한나라당의 행태는 용납할 수 없는 민족 배신행위다(10월6일 전용학 대변인)민주당이 ‘민(民)’을 버리고 술취한 ‘주당(酒黨)처럼 비틀거리고 있다(9월24일 권철현 대변인)
시중의 뜬소문을 들먹이며 이용호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는 우리 당 주요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것은 면책특권을 악용한 비열한 막가파식 테러다(10월20일 전용학 대변인)이회창 총재 관련 5대비리 의혹 운운하는 민주당 이상수 총무는 당장 정신감정부터 받아라(10월17일 장광근 수석부대변인)
국가수당을 이중으로 받아내려다 덜미잡힌 홍준표 후보는 특별조사 감이다(10월24일 김현미 부대변인)오죽하면 조폭(JP)과 공조하는 ‘신(新)DJP정권’이란 말이 유행하겠는가(12월15일 권철현 대변인)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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