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 외교 한심 징계…외교관5명 경고등 솜방망이 조치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8시 15분


정부는 중국 당국의 한국인 마약사범 신모씨(41) 처형으로 비롯된 망신외교 파문과 관련, 이규형(李揆亨) 주중공사 등 외교관 5명에 대해 재외국민 보호소홀의 책임을 물어 불문경고와 감봉 등의 징계조치를 내렸다고 28일 발표했다.

그러나 한승수(韓昇洙)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달 대국민사과를 통해 ‘책임자들에 대한 엄중 문책’을 공언한 것과 달리, ‘솜방망이 징계’에 그친 데다 그나마도 사태 발생 후 두달 뒤에 내려진 결론이란 점에서 외교부 안에서조차 한심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책임자 징계결과
징계 회부자직위징계 사유징계 내용
이규형주중 공사중국이 보낸 전보 사실관계 파악 미비불문경고
신형근전 주중총영사언론보도에도 불구하고 신씨사건 파악 못한점감봉
장석철전 선양총영사작년 1, 6월에 사건인지 가능했으나 못한 점감봉
서승렬선양 참사관실무자 지휘감독 책임불문경고
김경근영사국장사태 초기 중국에 경솔하게 대응견책

26일 최성홍(崔成泓) 외교부차관 주재로 열린 2차 징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징계조치는 △이 공사와 서승렬(徐承烈) 선양(瀋陽)영사사무소 참사관은 불문 경고 △직위해제된 신형근(辛亨根) 전 주중총영사와 장석철(張錫哲) 전 선양영사사무소장은 각각 1개월, 3개월의 감봉 △김경근(金慶根) 본부 재외영사국장은 견책.

장기호(張基浩) 기획관리실장은 “조사 결과 징계위 회부자 5명이 재외국민을 적극 보호하지 못한 점 등이 인정됐으며 국가공무원법 56조 성실의무 위반과 외무공무원법 28조 직무태만 등에 해당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며 징계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공사와 서 참사관에게 내려진 불문 경고는 ‘죄는 묻지 않고 장관이 경고만 취하는 조치’. 문서상 기록은 남지만 엄격히 징계에 속하지도 않는 말뿐인 징계다. 또 장 전 사무소장과 신 전 총영사에 대해서는 인사위원회가 중징계 권고를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감봉 조치로 징계수준이 낮아졌다.

이에 대해 징계위의 한 관계자는 “징계는 준사법적 조치로 실체적 진실에 입각해야 하며 정치적 논리를 배제했다”고 말했다. 징계위가 신씨 사태의 파장은 사실상 전혀 고려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외교부의 고위관계자도 “감봉 조치가 개인 비위로 인한 징계를 제외하고는 20년만에 처음이며 견책같은 징계도 외교관 경쟁에선 치명적인 흠이 된다”고 강조하는 등 동료 봐주기 식의 변명을 반복했다.

주중 대사와 본부 고위관리에 대해 전혀 문책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특히 97년 9월 신씨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래 4명의 대사가 재직했지만 이들에 대한 징계는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번 사건 후에도 외교부 일각에서는 여전히 “‘망신외교’는 아니었다. 언론의 감정적 표현이다. 죄질이 나쁜 마약범 때문에 몰매를 맞는다”는 식의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점이다. 재외국민, 특히 중국 동포 들로부터 ‘군림하는 영사관’이란 비난을 사고 있는 외교부 관리들의 행태가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는 우려를 사는 대목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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