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김홍일의원 접촉 파문

  • 입력 2001년 11월 21일 22시 57분


진승현(陳承鉉)씨의 정치권에 대한 로비 시도가 21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측근들을 통해 사실로 확인됨으로써 정치권에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김 의원측은 정성홍(丁聖弘)씨의 로비 시도를 뿌리쳤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접촉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이는 거꾸로 그동안 설(說)로만 나돌던 진씨와 정치권 사이의 ‘커넥션’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방증으로도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의원 측근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김 의원과 정씨, 진씨가 만난 것은 지난해 총선 직전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달하던 때였으며 장소는 김 의원의 목포지구당 사무실인 것으로 확인됐다.

80년 김 의원이 신군부에 의해 연행돼 수사를 받던 시절 알게 된 사이인 정씨는 “돈을 주겠다”고 직설적으로 얘기했고, 김 의원이 “그런 소리 하지 말라”고 단호히 거부했다는 것이 측근들이 전하는 당시 정황이다. 측근들은 “선거운동원들이 북적대는 선거사무실에 진씨와 정씨가 사전 연락 없이 나타났고, 김 의원은 차도 대접하지 않은 채 돌려보냈다”는 것. 김 의원측은 또 “진씨가 정씨와 함께 그 곳에 왔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해 정씨가 진씨를 김 의원에게 소개시키려 했음을 확인해주었다. 하지만 진씨가 김 의원에게 전달할 돈 가방을 가져왔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당시 목포선거 상황은 김 의원의 당선이 거의 확실했었는데 김 의원이 기업인의 돈을 받았겠느냐”며 “정씨가 당시 정황을 잘못 판단했고 퇴짜를 맞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 측근들은 또 정씨가 구명을 위해 지난주 김 의원을 찾아왔다는 일부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정씨는 지난해 김 의원과의 직접 대면 자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진씨의 정치권 로비설의 실체가 이처럼 부분적이긴 하지만 조금씩 드러남에 따라 검찰수사에도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진씨의 로비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여야의원들이 로비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의원측의 접촉사실 확인은 그 자체로 진씨 사건을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을 낳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