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홍씨 주장파문]“金弘一의원에 건달 만나지 말라 조언”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38분


‘진승현게이트’와 관련한 400만원 수수 의혹으로 사표를 낸 정성홍(丁聖弘) 전 국가정보원 경제과장이 자신은 억울한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오히려 국정원 현직 고위간부의 연루설을 제기하고 나서는 등 이른바 벤처 게이트를 둘러싼 의혹은 점입가경으로 증폭되고 있다.

▽정씨의 희생양 주장〓정씨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장한 내용은 △자신은 80년부터 아는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에게 건달과 연계가 있는 J씨를 만나지 말라고 건의했으나 △이에 원한을 품은 J씨가 ‘국정원 고위간부’를 통해 오히려 자신을 제거하게 된 것이며 △그 국정원 고위간부도 ‘진승현 게이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요지다. 여기서 등장하는 J씨는 김 의원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며, ‘국정원 고위간부’도 그 J씨를 통해 김 의원에게 선을 댔다는 것이 정씨의 주장이다.

정씨는 또 ‘정현준 게이트’와 관련해 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 사직한 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은 “일면식도 없었으나, 어떤 사건 때 나를 써보고 발탁해 줬다”고 말해, 자신이 김은성 차장과 친한 사이임을 숨기지 않았다.

요컨대, 자신과 김 전 차장은 J씨를 통해 김 의원과 연결돼 있는 국정원 고위간부들과의 ‘파워 게임’에서 밀려났다는 얘기였다.

▽김홍일 의원측 해명〓김 의원측도 정씨와 면식이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김 의원의 한 측근은 “80년 5·17 때 김 의원이 수사기관에 끌려가 조사를 받을 때 정씨가 조사받은 장소에 온 적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정권교체 전후에 분위기가 바뀌니까 정씨가 몇번 찾아와서 김 의원에게 인사를 한 적이 있고, 정씨가 개인 용무로 목포에 왔다가 김 의원을 만나고 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측근은 “정씨는 김 의원이 98년에 건달들하고 제주에 왔기에 김 의원을 찾아가 무릎을 잡고 ‘형님 정신차리세요’라고 했다고 주장하는데, 무협지같은 얘기”라며 “김 의원은 자신의 신분도 있고 해서 처신을 매우 조심하고 있다. 정씨가 누구를 건달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 반박〓정씨가 ‘국정원 현직 고위간부’의 진승현 게이트 연루의혹을 제기한데 대해 국정원측은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정씨가 우리를 끌어들이는데 대해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국정원 간부들의 벤처 게이트 연루사건에 대해서는 전임 임동원(林東源) 원장 뿐만 아니라, 현 신건 원장에게도 보고된 적이 없다는 것.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는 김은성 차장이 임동원 원장으로부터 국정원 내부업무에 대해 폭넓은 권한을 위임받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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