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싸움에 또 휘말리나"…검찰 '공안부장 파문' 곤혹

  • 입력 2001년 10월 24일 23시 50분


검찰은 박종렬(朴淙烈) 대검 공안부장이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과 제주도에서 휴가를 함께 지낸 사실이 정치쟁점으로 비화하자 매우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많은 검사들은 “휴가때 여행간 사생활까지 들춰내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박 부장이 정치권의 싸움에 희생당하게 생겼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특히 최근 이용호(李容湖)씨 비리 비호의혹과 관련해 간부 3명이 옷을 벗은 데 이어 벤처기업 C사의 주식분쟁 사건으로 김진태(金鎭泰) 전 수원지검 형사1부장이 사표를 내는 등 연이어 검사들이 퇴진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분위기가 더욱 뒤숭숭했다.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이러다 정치권 싸움에 휘말려 검찰 조직 자체가 붕괴되겠다”고 우려했다.

또 대검의 한 검사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적인 인연으로 휴가지에서 만나 두 차례 식사를 한 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박 부장이 현 정부 들어 고속승진했다는 한나라당의 공세에 대해 “현 정부 들어 서울지검 1차장을 지내다 서울고검 부장으로 간 뒤 법무부 보호국장으로도 2년이나 있었는데 고속승진이라니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박 부장이 실수를 했다는 지적도 하고 있다.

일부 검사들은 선거사범 수사를 전담하는 공안부장이 현직 여당의원이자 대통령의 아들과 친밀하게 지내며 휴가지 등에서 만난 것은 누가 봐도 일단 의혹을 살 대목이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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