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0월 호우로 벼수확 타격"…BBC '홍수 참상' 르포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1분


“북한 강원도 해변에는 홍수로 떠내려온 벼 이삭 가운데 먹을 만한 것을 찾기 위해 여자와 아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이 벼들은 일주일 가량 물 속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인간이 먹기엔 부적당한데도….”

영국 BBC방송은 23일 이번 달 집중 호우로 홍수 피해를 본 북한 강원도에 파견된 캐럴라인 글럭 기자의 르포를 통해 현지의 참상을 전했다. 글럭 기자는 “벼 수확을 마치고 말리는 시점에 큰비가 와 최악의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은 르포 요약.

“북한 강원도 농민들은 홍수가 지나간 논에서 먹을만한 알곡을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5만t 가량의 벼가 물에 휩쓸려 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지역의 예년 10월 평균 강수량은 20㎜. 그러나 올해는 12시간만에 400㎜가 쏟아졌다. 김송환 강원도 홍수대책위원장은 ‘1910년 이래 최고 기록’이라고 말했다.

통천군에 사는 김동호씨는 자기 집이 있었던 자리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이 마을의 집 30채는 완전히 물에 휩쓸려 내려가 구획을 알아볼 수 없게 됐다. 김씨는 ‘물이 허리 위로 올라오더니 우리 집 창문으로 넘실거렸다. 큰 강이 집을 둘러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원산시는 물에 잠기지 않은 인근 산간지방으로부터 식수를 날라다 먹고 있다. 상하수도 시설이 완전히 붕괴됐기 때문이다. 이런 난리는 북한에서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산림 황폐화로 7년째 홍수와 가뭄의 악순환을 겪고 있다. 유엔 인도 조정국 관계자는 ‘지금도 최악에 가까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더욱 심각한 식량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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