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쿠릴 꽁치분쟁]외교부 우왕좌왕…한일관계 악화 예상

  • 입력 2001년 10월 10일 18시 56분


남쿠릴 수역에서의 제3국 꽁치조업 금지에 일본과 러시아가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10일 전해지자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또 정부의 안이한 수산외교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한 당국자는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로부터도 뒤통수를 맞았다”며 “러시아가 극적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사실상 ‘대안’이 없다”고 말해 한일관계 악화는 물론 한-러관계에도 긴장 국면이 조성되고 있다.

▽일본의 총력전과 러시아의 배신(?)〓일본은 8월 1일 한국 어선의 남쿠릴 꽁치조업이 시작되자 한국을 설득하는 대신 모든 외교력을 러시아에 집중했다. 일본은 같은 달 2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유감을 담은 친서를 러시아측에 전달했다.

바로 다음날인 21일 이고리 파르후트디노프 사할린 주지사는 “남쿠릴 수역에서의 제3국 조업을 반대한다”며 일측 입장에 동조했고,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부 차관도 “이 문제가 러-일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일측과 노력할 것”이라고 말해 사실상 ‘한국 조업 배제’쪽으로 방향이 기울었다. 특히 9일 열린 러-일 차관급 협상에서 일측이 제시한 ‘경제적 대가’가 결정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한국측에 10여차례나 “일본이 국내 정치를 의식해 순수 어업문제를 계속 정치 쟁점화한다면 러시아도 강경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하는 등 ‘이중 외교’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꽁치분쟁과 한일 정상회담〓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한일 정상회담에서 꽁치문제 같은 실무적인 얘기를 나눌 시간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6일 이 문제가 일본 언론을 통해 불거져 나오자 회담 의제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이 국운을 걸고 이 문제에 매달려온 만큼 고이즈미 총리 방한 때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불과 반나절밖에 안 되는 형식적 방한을 하는 데다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신사 참배 파문 등과 관련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꽁치 분쟁은 한일관계 복원보다는 오히려 악화 쪽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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