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아직은 먼 길…합의점 도출 난관 많아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8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7일 여야 영수회담에 응할 뜻을 밝힘에 따라 임동원(林東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가결 후 급격히 경색됐던 여야 관계에 변화요인이 나타났다.

이 총재는 이날 영수회담 수용 의사를 밝히면서 구구한 단서를 달지 않았다. 청와대도 이 총재 발언이 전해지자 곧바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일부 관계자는 회담 주제로 민족 문제와 민생 문제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제시하면서 회담을 통한 여야 협력관계 구축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겉 분위기와 달리 양측의 속사정은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시국에 대한 인식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는 만큼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합의점을 도출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단적인 예로 임 장관 해임안 가결의 의미를 이 총재는 ‘현 정부의 그릇된 남북 정책에 대한 국민적 경고’로 해석하고 있으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남북간 화해협력을 원치 않는 반통일세력의 정략적 행위’라고 단정하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전혀 접점을 찾기 힘든 상반된 시각이다. 언론사 세무조사나 경제위기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인식이 엇갈리기는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 총재는 영수회담을 각계 원로들과의 대화 중 하나 정도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단지 대통령만 만나 시국 해법을 찾겠다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 모두를 만나겠다는 것이다. 그 중 한 사람인 대통령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권철현·權哲賢 대변인)는 식이다. 결국 이 총재의 영수회담 역제의는 야권에 칼날을 세우려는 여권에 대한 ‘평화공세’로서의 성격이 짙은 것 같다. 특히 김 대통령이 정국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에 비추어 영수회담의 실무접촉 과정부터 ‘샅바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질 공산도 크다.

다만 ‘민생챙기기’의 필요성을 여야 모두가 절실히 느끼고 있는 만큼 ‘친일(親日) 공방’같은 지뢰만 돌출하지 않는다면 두 영수가 만나 원론적 합의를 내놓는 모양까지는 갈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송인수·김정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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