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대표 당무거부 전말 "청와대 수석들 너무한다" 울분 토로

  • 입력 2001년 8월 27일 19시 18분


민주당 김중권(金重權)대표의 당무거부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5일 오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김 대표는 당직자회의를 마친 후 자신의 ‘구로을 출마설’을 처음 언급한 박상규(朴尙奎)사무총장과 여러 차례에 걸쳐 긴 시간을 할애해 대화를 나눴다. 상당히 긴박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어 26일 오전 경기 구리시 하수종말처리장을 방문한 김 대표는 구리 지구당 당직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당원들의 목소리가 거침없이 전달돼야 하고 이런 과정에 승복해야 경쟁력있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이후 김 대표는 경기도 북부의 한 골프장에서 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 이호웅(李浩雄)비서실장 전용학(田溶鶴) 대변인 등 당직자 및 서울대교수 10여명과 함께 골프를 쳤다.

골프를 마친 뒤 클럽 하우스에서 열린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 자리. 참석자들은 폭탄주를 3잔 정도 돌려 마셨고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청와대 일부 참모들을 향해 울분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특히 “대표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청와대 수석들이 당을 위해 사심없이 일하려는 나에 대해 언론 플레이나 하고 사심을 가진 사람처럼 몰아가고 있지 않느냐”고 성토했다는 것.

김 대표는 특히 3월 개각 때 청와대측에서 일절 사전통보가 없었다는 사실 등을 지적하며 그동안의 섭섭함과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이런 곡절 끝에 김 대표는 27일 오전 확대간부회의에 불참했다. 이상수(李相洙)원내총무와 이호웅 실장이 오전 7시 반경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회의 참석을 권유했으나 김 대표는 완강히 거부한 채 병원으로 직행했다는 후문이다.

오전 10시경 청와대 이상환(李相煥) 정무 2비서관은 민주당 박상규 사무총장실에 들러 밀담을 나눈 뒤 기자에게 “김 대표께서 오늘 저녁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실 것”이라며 “(불참할 경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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