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일단 내달 대화…모든 협상 반드시 검증"

  • 입력 2001년 5월 27일 18시 24분


미국은 북한과의 모든 대화와 협상을 검증이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하되 북한의 태도에 따라 순차적 단계적으로 해 나가기로 대북정책의 기본방침을 정한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미국은 특히 미사일을 포함, 빌 클린턴 전 행정부와 북한과의 사이에 이뤄졌던 각종 협상 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할 경우 원점에서부터 재협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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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의 검증 요구에 호응하지 않을 경우 북-미관계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26, 27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북정책 검토결과를 한국과 일본측에 설명했다.

미국은 그러나 일단 다음달 중 조건없이 북-미대화를 재개하기로 했으며 첫 북-미대화는 잭 프리처드 한반도 평화회담 특사와 김계관(金桂寬)북한 외무성 부상간에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제네바 합의에 대해서도 “북한이 합의를 잘 지키는 한 현재로서는 제네바합의의 이행을 지지하지만 북한도 합의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데 동참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태도에 따라서는 개정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한편 한 미 일 3국은 이날 회의가 끝난 후 내놓은 공동 언론발표문에서 “한국의 대북 화해·협력정책과 남북문제 해결에서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강력한 지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3국은 또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으며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긴장완화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정부는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관련 부처간 협의를 거친 뒤 미측의 대북정책 최종안이 확정되기 전에 우리 입장을 다시 미측에 전달할 방침이다.

<호놀룰루(하와이)〓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北 "美에 대화 구걸안해"▼

북한은 26일 “미국에 조(북)-미 대화를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며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북한 관영 평양방송은 이날 논평에서 “부시 행정부가 지금처럼 우리에게 끈질기게 적대시 정책을 실시하고 또 힘으로 압살하려 한다면 조-미 대화를 비롯해서 관계개선은 그 언젠가도 실현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방송은 “부시 행정부의 고위관리가 조-미 대화에 앞서 군사분계선에 배치된 북한군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발언들을 하고 있다”며 “미제 침략군이 남조선에서 나가고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이 없어지면 북과 남의 군축은 연방제 통일과정에 자연히 해결돼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송은 이어 “주한미군 철수, 대북 적대시정책 포기가 조-미 관계 개선의 ‘관건적 고리’”라며 “미국이 우리에게 강경정책을 실시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그에 초강경으로 맞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정부관계자는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과정을 지켜보며 대응방안의 순서와 강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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