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상하이에서 무엇을 생각했을까

  • 입력 2001년 1월 19일 17시 16분


18일 오전 높이 468m의 둥방밍주(東方明珠)타워 전망대에 오른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은 황푸(黃浦)강변의 푸둥(浦東)지구에 즐비한 고층빌딩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김위원장은 한동안 주위를 물리친 채 황푸강과 푸둥지구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고 상하이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김위원장이 무려 4일간이나 상하이(上海), 그것도 푸둥지구에 머물러 있을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 만큼 그가 푸둥 방문을 통해 뭔가 '물건'을 만들어낼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김위원장의 푸둥지구 방문 일정 가운데 특기할 만한 점은 방문 기업이 주로 합작기업에 집중됐다는 것. 17일 방문한 NEC는 중국과 일본, 18일 방문한 GM과 벨텔레컴은 각각 중-미, 중-불의 합작기업이다. 그가 기업 합작을 통한 경제 개방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특히 김위원장은 중국과 외국의 합작 기업을 방문할 때마다 외국 직원은 면담에서 배제하고 중국인 간부하고만 상대했다. 보안을 철저히 한다는 뜻도 있지만 외국 기업과의 합작에 따른 득실을 현지 직원들의 입을 통해 가감 없이 청취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중국인 간부들에게 "합작하면 외국 기업이 얼마나 가져가느냐 합작할 경우 중국인 직원 고용 효과는 어느 정도 되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전에 중국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과 주룽지(朱鎔基)총리 등 이른 바 '상해방(上海幇)'의 푸둥 방문 요청을 거절했던 김위원장이 결국 전면 개방의 상징인 푸둥을 찾은 것도 보다 광범위한 개방이 불가피하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중국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해방'의 실용주의 노선을 현지에서 학습하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는 것 같다.

보다 광범위한 개방과 합영기업 활성화 등을 빼대로 하는 김위원장의 '푸둥 구상'은 북한에 돌아가는 대로 로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가시화 할 것이란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망이다.

최근 보도된 로동신문의 '신사고론'은 이를 위한 전주곡이었고, 푸둥 구상 의 발표는 그의 서울 방문 전초전이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상하이=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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