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내책임" 입다문 김기섭 …검찰서 시종 "모른다"일관

  • 입력 2001년 1월 6일 19시 34분


5일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의 구속집행 장면은 일반 피의자의 경우와는 달랐다.

이날 오후 7시30분경 수사관들에 이끌려 대검 청사 1층 로비에 모습을 드러낸 김전차장은 뭔가 할 말이 많은 표정이었다.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피해 쫓기듯 구치소행 승용차에 올라타는데 반해 그는 물끄러미 앞을 쳐다보며 서 있었다. 10여초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그의 옆에 있던 한 방송사 여기자가 “윗선의 지시가 있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마치 준비해 온 성명서를 낭독하듯 2분여 동안 일장 연설을 했다.

“…안기부 예산의 집행 과정에 하자가 있다면 나의 책임이고 그에 상응한 처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지시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배후’에 관해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과시’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도 시종일관 ‘자물쇠’로 일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한 말은 “모두 내가 했다”는 것이 전부라고 수사팀 관계자는 전했다. 자금의 조성 방법과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및 신한국당의 지도부 연루 여부, 자금 지원 대상, 공모 인물 등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대답을 반복했다는 것.

그의 자세와 관련, 모든 책임을 혼자 덮어씀으로써 ‘주군(主君)’으로 모셨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과 현철(賢哲)씨 부자를 철저히 보호하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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