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심사 서둘러도 빠듯한데… 여야 멱살잡이

  • 입력 2000년 12월 21일 18시 45분


여야가 극심한 마찰을 빚고 있는 새해 예산안 심사는 21일 한나라당 측의 대폭 양보안이 제시되면서 한때 급류를 탈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후 들어 소위에서 여야간 이견으로 의원들끼리 멱살잡이까지 가는 감정싸움으로 비화돼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

▽오전의 급진전 조짐〓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총삭감액 4조7500억원, 순삭감액 3조원 규모의 양보안을 공식 제시했다. 전날 밤까지 6조원 정도의 순삭감을 주장했던 강경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

특히 민주당의 장재식(張在植)위원장과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의원이 이날 새벽 각각 2500억원과 1조원 규모의 타협안을 제시하며 막후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자 타결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나왔다.

또 소위 위원들이 전날 저녁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 예산안의 조기 처리를 설득한 데 이어 2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이총재의 기자회견도 취소돼 이총재의 입장이 상당히 누그러진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한나라당 박종근(朴鍾根)의원은 오전 한때 “타협할 타이밍이 무르익었다고 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급반전 부른 감정싸움〓급진전 분위기는 여야간 비공개 간담회를 거친 뒤 정오경 소위가 재개되면서 강경대치로 급반전됐다. 소위장에 들어온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은 회의 시작 전 “아무래도 투사(鬪士)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한마디했다. 여야 대결의 서곡을 알렸던 셈.

한나라당 예결위 간사인 이한구(李漢久)의원은 “우리 당이 양보안을 냈는데도 민주당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다”며 “이런 식이면 양보안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민주당 정세균(丁世均)의원은 “한나라당이 제1당으로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비난했고,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원도 “한나라당이 터무니없이 10%삭감안을 내놓더니 발을 못빼는 것 아니냐”고 민주당 측을 거들었다.

이렇게 계수조정은 해보지도 못한 채 예산안 심사에 대한 시각차로 고성을 주고받던 여야는 일부 의원들의 멱살잡이 소동까지 벌인 끝에 정회했다.

▽재개 노력〓소위가 끝난 뒤 여야는 서로 “예산안 처리 의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소위 상황을 보고받은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을 찾아가 중재를 부탁한데 이어 장재식 위원장을 찾아가 여당의 성의 있는 태도를 요청했다.

한편 여야는 오후 5시경 민주당의 주요 당직자가 확정된 뒤 여야 정책위의장간의 조율작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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