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3회 연속 한국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며 “거시 정책에 대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지정 사유로 들었다. 환율 관찰 대상국 재지정 사실이 알려지며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40원까지 올랐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 시간) 연방의회에 보고한 ‘주요 교역 상대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공개하며 한국 등 10개국을 관찰대상국 명단에 올렸다. 한국 외 관찰대상국은 중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스위스, 태국이다. 태국은 이번에 신규 지정됐다.
한국은 2023년 11월 미 재무부의 환율 관찰 대상국에서 빠졌다가 2024년 11월 다시 포함됐다. 지난해 6월에 이어 올 들어서도 관찰 대상국에서 빠지지 못했다.
미국은 교역 규모가 큰 상대 20대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6개월마다 평가하면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3가지 기준에 따라 관찰 대상국 또는 심층 분석국으로 지정하고 있다. 심층 분석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로부터 정책 시정 요구 등의 개입을 받을 수 있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를 환율 관찰국 지정 사유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의 대미 상품·서비스 흑자는 520억 달러(약 75조 원)이다. 미 재무부는 “팬데믹(대규모 확산 감염병) 이전 2016년 기록한 180억 달러인 2배 이상의 흑자 규모”라고 짚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의 5.9%를 기록한 점도 미 재무부는 문제 삼았다.
미 재무부는 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고(高)환율 현상도 평가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말 원화는 한국의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과 부합하지 않게 약세를 보였다”고 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을 만난 뒤 14일 원화 가치와 관련해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재무부는 “한국의 자본시장은 상당한 개방성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외국인의 외환시장 거래 제한 규제 등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식을 매입하는 개인 투자자인 이른바 ‘서학개미’를 언급하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한국 민간 부문에서의 자금 유출은 10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재무부는 한국은행의 분석을 인용하며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을 매입하는 ‘독특한 현상’(unique phenomenon)으로 인해 민간부문의 자금 유출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3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5.7원 오른 1432원에 개장했다. 한국의 환율 관찰 대상국 재지정 소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 계획 공개에 오전 한때 1440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오후 2시 현재 1435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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