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 스케치]"북이 시혜 베풀었다"

  • 입력 2000년 12월 12일 18시 52분


4차 남북장관급회담 첫날인 12일 남측대표단은 ‘당당하게 짚을 것은 짚겠다’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고 이에 북측도 ‘맞대응하겠다’는 듯한 자세로 나와 첫대면부터가 팽팽한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평양 고려호텔 도착 직후 양측 수석대표가 약 15분간 나눈 환담은 의례적인 날씨와 용꿈 얘기로 시작했으나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형님답게 (행동)해달라”고 북측을 자극하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전금진(全今振)북측단장은 “오히려 북쪽이 때웠다(손해를 보면서도 베풀어왔다는 뜻)”고 반박, 가시 돋친 설전이 오갔다. 다음은 환담요지.

▽전단장〓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고 있지만 북남관계는 뜨겁게 흐르고 있다.

▽박장관〓단장과 대표단 입장은 뜨겁다. 하지만 (남측의)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는 뜨거움이 점점 식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1차회담 이후 우리는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을 했다. 이를 다시 한번 보여주자.

▽전단장〓내가 연장자니 존경해주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박장관〓존경해주겠다. 하지만 존경받을 수 있도록 확실하게 해달라.

▽전단장〓지금까지 존경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아닌가.

▽박장관〓남측 많은 분들이 전단장이 하는 말과 실제는 다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전단장〓남측 그분들이 잘못된 것이다. 북측이 때웠지. 숫자로 계산해도 얼마나 시혜를 베풀었나.

▽박장관〓우리 관계가 금년보다는 내년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주자.

○…이에 앞서 오전 11시15분 아시아나편으로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남측대표단은 북측의 영접을 받고 고려호텔로 이동. 남측 대표단은 오찬 후 호텔 2층에 마련된 회담장을 둘러보고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양만길 평양시인민위원장 주최 환영만찬에 참석.

남측 대표단은 서울 출발 전 북측 대표들에게 줄 선물로 오리털잠바 5개를 준비.

북측 안내원 박형철씨는 “남측에 대한 인민들의 분위기가 나쁘다”며 국방백서의 ‘주적(主敵)’개념을 거론하기도. 박씨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민주조선에 나온 간단한 기사를 본 적이 있으며 상당수의 인민들도 알고 있다”고 언급.

<이철희기자·평양〓공동취재단>klimt@donga.com

4차 장관급회담 예상 난제

의 제
―이산가족 문제핵심쟁점―주적(主敵)개념 정리
―김정일국방위원장,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방남(訪南)일정
―남북관계 제도화(경제, 사회문화,
이산가족문제 등)
새해 신규사업
방향협의
―남측의 대북지원 및 경협
―김정일국방위원장 서울방문 일정
―일정지연에 대한 북측해명
―한적총재 인터뷰관련 비난자제 요청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결의안 전달
―남측 취재기자 활동제한문제 항의
남북회담과
교류 상의
문제점 조정
―낮은 단계 연방제 논의제기
―남측 회담관계자 및 언론보도에
대한 불만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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