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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11일 2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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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실수는 인권보호와 엄정한 법집행이라는 차원에서 볼 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중대한’ 사고라는 지적도 많다.
11일 서울지법의 총풍사건 선고공판에서는 실형을 선고받고 보석이 취소된 피고인 3명이 곧바로 수감되지 않고 법원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뒤늦게 검거반이 출동하는 일이 벌어졌다.
게다가 변호사 업계에서는 선임계를 내지 않은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의 ‘전화 변론’ 추태가 드러나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총풍사건의 경우〓사건은 재판장인 서울지법 형사합의26부 박용규(朴龍奎)부장판사가 선고 후 “피고인들의 보석을 취소한다”는 말만 남긴 채 수감 및 집행에 관한 명시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데서 비롯됐다.
박부장판사에게서 보석취소 결정문을 전달받은 법원 사무관이 오정은씨 등을 피고인 대기실로 데려가 수감하려 하자 오씨측 구충서(具忠書)변호사는 “구속영장도 없이 법원 직원이 피고인을 구금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며 이를 제지하고 나섰다.
법원직원과 오씨 등이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고 법원직원이 당황하는 사이 오씨 등은 유유히 법정을 빠져나갔다.
이날 법정에는 공판검사가 참석하지 않았고 이 재판만 별도로 열린 탓에 단 한 명의 교도관도 없었다.
검찰은 뒤늦게 검거반을 가동했지만 오정은(吳靜恩)씨와 한성기(韓成基)씨만을 검거했을 뿐 장석중(張錫重)씨는 놓치고 말았다.
이와 관련, 형사소송규칙 56조는 보석취소 결정이 있을 때 검사는 취소결정의 등본에 의해 피고인을 재구금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 검사가 아닌 판사가 법원 사무관에게 구속의 집행을 명할 수 있게 돼 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판사가 선고 후 결정문을 법원 사무관에게 전달한 이상 구두 명령이 없었더라도 ‘명’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며 이를 저지한 변호인측에 잘못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과 변호인단은 “판사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명령을 하지 않은 이상 ‘명’의 효력이 없으므로 피고인들이 도주한 것은 법원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판사도 보다 명확하게 집행을 지시하고 검찰도 사전에 검사와 교도관을 법정에 배치했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다른 사례〓7일에는 동방금고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정현준(鄭炫埈)씨와 이경자(李京子)씨의 첫 공판에 참석해야 할 피고인들이 서울지법과 서울구치소의 연락착오로 거의 전원이 참석하지 않는 바람에 공판이 열리지 못했다.
또 지난달 24일에는 서울지검 직원과 서울지법 당직판사의 실수로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지도 않은 원조교제 피의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기도 했다.
이 밖에 진승현(陳承鉉)씨 금융비리사건에서 드러난 검찰 고위간부 출신 변호사들의 ‘전화변론’ 관행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법조계의 오래된 악관행이 드러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석호·이명건·이정은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