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개정안 어떻게]'교섭단체' 자민련조차 "글쎄…"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53분


“이번에도 공연히 헛물만 켜다가 마는 건지 모르겠다.”

11일 오전 자민련 고위당직자회의를 마친 뒤 한 당직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같이 말했다. 당 지도부가 이미 물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국회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를 새삼 다짐하고 있지만 정작 자민련 내부엔 이처럼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날 회의에서 강창희(姜昌熙)부총재 등은 당 지도부가 아무런 내부 논의도 없이 민주당과 함께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한 데 대해 “그런 게 있다면 상의를 했어야지…”라며 은근히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또 “대국민 설득이나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도 교섭단체 구성요건은 10석보다는 15석 정도가 낫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내 일각에선 “(당 지도부가)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라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코너에 몰린 민주당의 정국돌파 전략과 당내 구심력을 상실해가는 자민련 지도부의 내부단속 의도가 맞물린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며 폄훼하기도 했다.

이 같은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은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당직자는 “그래도 ‘우리의 소원’ 아니냐”며 “한나라당이 10월초 물리적 저지를 하지 않겠다고 한 점을 유념해달라”며 ‘표결처리’에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 같은 기대에 부응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아직까지 한나라당의 태도 변화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민주당과 자민련이 국회법 개정안을 다시 제출한 데 대해 “국회를 파탄시켰던 행위에 대한 반성이 없는 당리당략적이고 무모한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절대 합의해줄 수 없으며 ‘강행 표결처리’에 들어갈 경우 실력저지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그래도 민주당이나 자민련측은 “한나라당 저변의 기류는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민주당이 국회 파행을 무릅쓰고 국회법 처리를 ‘감행’할지, 나아가 한나라당이 못이기는 척 이를 ‘묵인’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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