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노갑 퇴진론 파장]여 친권―반권 암투 표면화

  • 입력 2000년 12월 6일 18시 40분


《권노갑(權魯甲) 2선 퇴진론’의 파장은 어디까지 갈까.

퇴진론을 제기한 정동영(鄭東泳)최고위원은 물론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까지 나서 파문확산을 막으려 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우선 이번 사태에 대한 시각부터가 천양지차다.》

권노갑최고위원측은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즉 한화갑(韓和甲)―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 등 당내 신주류 또는 ‘반(反) 권노갑 진영’의 ‘정치공작’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권노갑 퇴진론' 갈등 확산…초선의원들 계속 퇴진 주장
['권노갑퇴진론' 파장]최고위원들도 '편가르기'
['권노갑 퇴진론' 파장]말 없는 DJ 무슨 생각하나
권노갑 노벨상 수행 취소이유?

권노갑최고위원측은 ‘음모론’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즉 한화갑(韓和甲)―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 등 당내 신주류 또는 ‘반(反) 권노갑 진영’의 ‘정치공작’이라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최고위원 자신은 퇴진론이 언론에 불거진 직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권최고위원 자신, 그리고 무엇보다 위기에 직면한 정권을 위한 불가피한 고언(苦言)이었다고 강조했지만 이미 사태는 ‘충정 차원’을 넘어섰다.

권최고위원 퇴진론은 김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내연했던 신주류와 구주류의 권력갈등을 한층 증폭시키고 표면화시켰기 때문이다. 권최고위원 스스로 2선으로 퇴진하거나 김대통령이 연말 당정쇄신을 통해 권최고위원을 퇴진시킨다 하더라도 신―구주류의 갈등이 해소될 것 같지는 않다.

권노갑 퇴진론에 대한 최고위원들 시각
서영훈대변인 발표외에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음에도 내용이 밖으로 나간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개편할 필요가 있다면 대통령이 결정할 일이다.
한화갑지난번 초선의원 13인의 입장표명 때도 나를 배후로 지목했는데 내가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이인제권최고위원 등 동교동계는 대통령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숱한 고생 끝에 정권을 창출한 주역이다. 이제 와서 그들을 빼고 당을 하겠다는 발상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중권지금은 동료 최고위원에 대해 그런 것을 말할 때가 아니다.
박상천정최고위원이 총재에게 건의를 했으면 총재의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옳았다. 공개행동을 하면 당을 분열시키고 내분으로 몰고갈 수 있다. 공개적이고 집단적인 행동은 자제해야한다.
정동영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얘기하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에서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얘기한 것이다. 그것이 권최고위원과 당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다.
김근태지금은 노코멘트다. 문제를 좁게 봐서는 안된다. 청와대 최고위원회의 이후에는 전화를 끊었지만 말할 시점이 오면 말할 것이다.
정대철권최고위원의 퇴진론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동교동계의 문제는 사안의 본질이 아니다. 국민들은 동교동이냐 아니냐 때문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지 않는다.
권노갑정동영최고위원 등이 시중의 조작된 악성 유언비어를 가지고 근거도 없이 이야기했다. 7일 기자들과 만나 모든 질문에 답하겠다.
신낙균정최고위원의 발언은 정말 권최고위원을 위하는 충정에서 한 말일 것이다. 파워게임으로 곡해돼서는 안된다. 권최고위원의 2선후퇴는 특보단 회의에서도 공공연히 얘기된 것이다.
장태완(독감으로 와병중)
장을병(연락이 안됨)

오히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권력갈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 관측이다. 특히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이 ‘권노갑 퇴진론’을 궁극적으로 자신을 겨냥한 것으로 인식하는 한 권최고위원의 퇴진은 또 다른 권력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최고위원 진영의 한 핵심인사는 이번 일을 “‘한화갑 김중권최고위원을 축으로 한 당내 신주류측이 당권 장악과 차기 대선후보 경선 구도까지 염두에 두고 꾸민 ‘이인제 무력화 음모’”라고 단정지었다.

국민 지지율과는 달리 당내 기반이 취약한 이최고위원으로서는 경선 국면에서 ‘권노갑 언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최고위원이 5일 권최고위원을 ‘정권창출 주축 세력’이라고 표현하면서 퇴진반대 입장을 강하게 밝힌 것도 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인제 불가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신주류측의 ‘의도’대로 권최고위원이 2선으로 물러나 힘을 잃을 경우 강력한 동맹군을 잃고 다소 외로운 처지가 된 이최고위원으로서는 비상수단을 강구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차기 대선후보 경선 도전을 시사하고 있는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까지 조만간 권최고위원 퇴진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서 여권의 파워게임 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권노갑 퇴진론’은 민주당 내 여러 세력이 차기 대선 국면을 향해 분화(分化)해 나가는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