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해진 '2차상봉'…1차때와 달리 국민관심 적어

  • 입력 2000년 12월 1일 00시 11분


“나도 이산가족의 한 사람이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언제 상봉이 이뤄지는지 몰랐습니다. 사실 이런 이벤트성 행사에 냉담해진 요즘 사회 분위기에서 들뜰 이유도 없겠지요.”

30일 이산가족 상봉장인 서울 반포동 센트럴시티 주변을 서성이던 이산가족 2세대 최모씨(42)는 이같이 말하며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한반도를 눈물로 적시며 50년 이산의 한과 아픔을 함께 나눴던 ‘8·15’ 1차 상봉 때의 흥분과 열기를 이번 2차 상봉에선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북측 방문단이 묵은 서울 롯데월드호텔 부근엔 호텔 직원과 취재진만이 분주한 모습을 보일 뿐 지나가는 쇼핑객과 행인들은 이산가족 상봉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1차 상봉 때 북측 방문단 숙소였던 쉐라톤 워커힐호텔 앞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숙소 앞에는 상봉단에 끼지 못한 몇몇 이산가족이 피켓을 들고 나왔고 시민단체인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 회원 10여명이 ‘반갑습네다’라고 씌어진 현수막을 들고 서 있을 뿐이다.

2차 상봉의 열기가 덜한 것은 납득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8·15 1차 상봉 때만 해도 15년 만의 상봉 재개라는 의미 외에도 6·15 남북공동선언의 실천이라는 정치적 의미까지 있어 기대가 컸던 게 사실. 하지만 이번 상봉은 6·15선언의 실천 미비, 정부 대북정책의 ‘저자세’ 논란 등으로 그 의미가 퇴색했다는 것. 여기에다 어려워진 경제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동국대 강성윤(姜聲允·북한학)교수는 “13일 열리는 3차 적십자회담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등 가시적 성과가 없을 경우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산가족 상봉에 대한 이런 식의 냉담함과 무관심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85년 평양을 방문해 가족을 만났던 이재운(李在運)변호사는 “생사 확인, 면회소 설치, 우편물 교환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산가족에 대한 관심과 여론이 고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석·김승진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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