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내 지역구 챙기기' 눈살… 민원성 무더기 증액

  • 입력 2000년 11월 29일 18시 54분


국회 건교위가 새해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무려 2조2664억원을 증액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건교위는 28일 예산심사소위에서 건교위에 제출된 정부 예산안(14조2267억원)을 심사하면서 건교부 산하 소관 예산 2조1082억원과, 철도청 소관예산 1582억원 등을 증액했다. 특히 건교위가 증액한 교통시설특별회계 예산 1조5603억원 중에는 소속 의원들 지역구의 민원성 사업예산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관련기사▼
[예산안심의]건교위, 민원성 예산 2조원 증액 물의

‘파주 두포∼천천 국도 37호선 269억원’ ‘이천∼용문간 국지도 70호선 86억원’ ‘부산∼울산, 울산∼포항, 대전∼당진, 김천∼포항 등 고속도로 건설지원 1400억원’ 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업과 건교위 소속의원들의 관계를 살펴보면 파주는 이재창(李在昌·한나라당), 이천은 이희규(李熙圭·민주당), 당진은 송영진(宋榮珍·민주당), 김천은 임인배(林仁培·한나라당), 울산은 권기술(權琪述·한나라당)의원의 지역구다.

또 △부산지하철 3호선 설계비 등 220억원 △부산교통공단 운영비 478억원 △대구지하철 1호선 연장 175억원 △대구지하철 1호선 부채원금 상환 222억원 등도 민원성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산은 도종이(都鍾伊) 안경률(安炅律), 대구는 백승홍(白承弘) 이해봉(李海鳳)의원의 지역구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소속.

김영일(金榮馹)건교위원장은 예산증액에 대한 논란이 일자 29일 “전무후무하게 2조원 이상이 증액됐지만 예산이 반드시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도록 소속 의원들이 노력하자”고 말했다. 또 예산심사소위원장을 맡았던 윤한도(尹漢道·한나라당)의원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 기반을 확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긴축예산’을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건교위가 2조원이 넘는 예산을 증액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건교위 외에도 산업자원위는 수출보험기금 1000억원 등 총 3876억원을, 교육위는 시 도 지방채 국고상환예산 3678억원 등 4392억원을, 문화관광위는 365억원을 각각 증액키로 잠정 결정해 예결위 심의과정에서 얼마나 제동이 걸릴지 관심사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