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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1월 24일 2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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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진 부회장은 열린금고로부터 ‘불법대출’한 사실만은 시인하며 “곧 검찰에 출두해 진상을 밝힌 뒤 잘못한 부분에 대한 처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본보와 진씨의 전화통화 내용.
―불법대출의 경위와 규모는….
“열린금고와 3차례 거래했다. 작년 9월과 올 3월, 4월이었다. 앞의 두 차례는 콜거래(초단기 금융거래)로 638억원 모두를 상환했다. 문제가 안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4월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해 급히 250억원을 대출받았다. 차입금 상환과 MCI 운용자금으로 썼다.”
―대주주는 대출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몰랐나.
“세번째 대출을 받기 직전에 알았다. 법을 어긴 데 대해 달게 처벌받겠다.”
―한스종금 인수과정에서 여권 실세 및 금감원 고위간부 등에게 20억원을 뿌렸다는데….
“사실무근이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있으면 이 지경까지 왔겠나. 거명되는 정치권 인사들은 그림자도 본 적이 없다. ―신인철 전 한스종금사장을 통해 김영재 금감원 부원장보(구속)와 신건 전 법무부 차관에게 수천만원을 건넸다는데…. 로비용으로 사용했다는 20억원은 이런 것이다. 아세아종금 인수 때 이 회사 감사이던 신인철 전사장이 주식 620만주를 나에게 넘기며 매각대금을 부풀렸다. 실제 주식가치는 184억원이었는데 장부에 204억원으로 기입하고 차액 20억원을 횡령해 개인 채무변제용으로 사용했다. 아마 신 전차관과 김 부원장보에게도 과거 사업하며 진 빚과 신세를 갚기 위해 돈을 건넨 것 같다.”
―한스종금 인수 중개와 외자유치가 사기였다는 주장이 있는데….
“4월 스위스 프리바트방크컨소시엄(SPBC)을 통해 3000만달러를 유치하려 했다. 당시 한스종금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9%였는데 금감원 실사에서 6.09%로 떨어졌고 협상 막판인 8월에는 ―4%로 더 떨어졌다. SPBC측은 넣어야 할 돈이 3000만달러의 10배인 3억달러에 이르자 손을 들었다. 이때부터 한스종금을 해외매각하려던 금감원이 나를 경원시하기 시작했다.”
―대유리젠트증권의 시세를 조작한 적은 없는가.
“일견 그렇게 볼 수도 있으나 이 점 역시 억울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짐 멜론 리젠트그룹회장이 대주주로 참여하도록 부탁했다. 그래서 150억원을 투자했다. 그 뒤 주가가 하락, 100억원이 깨졌다. 이 주식은 지금도 갖고 있다. 이래도 주가조작인가.”
진씨는 이 밖에도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 사장과 자신이 비교되는 것을 불쾌해 하며 “나는 정상적인 기업활동 과정에 실수가 있었던 것일 뿐이며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병희기자>bbhe4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