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정원서 면담]초췌한 黃씨 "활동제약 있었다"

  • 입력 2000년 11월 23일 18시 46분


국가정보원의 ‘활동제한’조치에 반발했던 전 북한노동당 비서 황장엽(黃長燁)씨가 23일 오후 한나라당 의원들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나라당 ‘황장엽사건 진상조사특위’(위원장 강창성·姜昌成) 소속 의원들은 황씨를 만나기 위해 오후 2시경 서울 서초구 내곡동 국정원에 도착했다. 황씨는 처음에는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자꾸 (정치적인 문제에) 휩쓸리기를 원치 않는다”며 면담을 거부했다.

그러나 의원들이 황씨의 ‘진의’를 확인하기 위해 국정원 건물안으로 들어오자 국정원내 안가(安家)에 있던 황씨는 마음을 돌려 국정원 정보관회의실 3층에서 면담에 응했다.

▼ 공개석상 입 안열어 ▼

올해 77세인 황씨는 핏기 없고 초췌한 표정이었으며, 건강이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황씨는 면담 중에도 말을 아끼는 듯 했다.

특위 의원들은 “우리를 만나도 절대 후환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좋다”고 설득했으나 황씨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15분간의 면담 중에 황씨가 입을 연 것은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는 인사말을 통해 “이번에 뜻하지 않게 그만 말썽을,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러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렇게 저명한 의원 여러분들이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황씨는 이후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할 말은 했다고 특위 의원들이 전했다. 의원들은 황씨가 언론을 통해 제기했던 ‘활동제한’ 조치를 거론하자 이를 대체로 모두 인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정원에 의한 ‘연금 의혹’은 부인했다고 국정원측은 전했다.

▼ '연금의혹'은 부인 ▼

황씨는 이 자리에서 내년 10월에 펴낼 책에 대해 “북한에서 마르크스―레닌주의가 주체사상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담을 것이며, 우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대북 민주화 활동사업’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지를 보였다고 특위 의원들은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위원장 김명섭·金明燮의원) 간담회에서 국정원은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번 사태는 ‘활동제한’ 시비라기 보다는 황씨가 편협한 ‘붕괴론’적 시각에서 정부정책을 비판하고 냉전적 사고를 확산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해 보려는 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 與 "신변불안 없도록 해야" ▼

이날 간담회에는 한나라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민주당 의원들만 참석, 김보현(金保鉉)국정원3차장의 보고를 들었다. 의원들은 황씨에 대한 특별관리를 일반관리로 전환한다는 국정원 방침에 대해 “신변불안이 없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이철희·공종식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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