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상정 무산 검찰표정]가슴 쓸어내린 박총장

  • 입력 2000년 11월 18일 01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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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 차장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17일 사실상 폐기되자 일선 검사와 직원들은 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탄핵 위기에 몰렸던 박총장과 신차장은 이날 평소처럼 퇴근해 집에서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박총장은 평소보다 늦은 오전 9시40분경 대검 청사에 출근했다. 밤잠을 설친 탓인지 얼굴에는 다소 피곤한 기색이 엿보였다. 박총장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환영해 주는 것을 보니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라며 애써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8시45분경 출근한 신차장은 기자들에게 “나중에 얘기하자”고 말한 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신차장은 이날 갖기고 했던 기자 간담회를 16일에 이어 또 연기했다. 박총장과 신차장은 김각영(金珏泳)서울지검장의 정례 업무보고만을 받았을 뿐 다른 일정을 잡지 않았다.

대검 간부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0분 가량 신차장 집무실에서 국회의 움직임을 논의하기도 했다. 간부들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탄액안이 상정되지 않자 “설마 탄핵안이 가결 되겠느냐”며 기대감을 피력했다.

이날 대검 관련 부서 직원들은 자정이 넘도록 사무실을 지켰다. 하루 내내 대검찰청에 감돌던 초조와 긴장은 등불이 하나 둘씩 꺼지면서 풀렸다. 하지만 이 사태로 입은 검찰의 ‘내상(內傷)’이 치유되기 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초래될 조직의 혼란과 국가 공권력의 마비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돼 천만 다행”이라고 말했지만 서울지검의 한 검사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검찰이 진정한 중립성을 확보하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자성론을 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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