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상화 합의까지]합의… 파기… 재합의… 우여곡절

  • 입력 2000년 11월 15일 22시 53분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의원의 ‘노동당 2중대’ 발언(14일)으로 빚어진 국회 파행사태는 15일 밤늦게까지 계속됐다. 여야 모두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원하면서도, 상대방으로부터 더많은 양보를 얻어내려 해 국회정상화 합의→파기→재합의의 진통을 겪었다.

▽출발은 온건론〓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 조찬간담회에서 김용갑의원의 사과를 받는 선에서 국회 파행사태를 조기 수습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원내대책회의에서도 서영훈(徐英勳)대표는 “김용갑의원의 발언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부끄러워하고 있지만 국회가 파행으로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역시 총재단회의에서 “총무와 당직자들은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번 더 참고 오늘 하루 더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여당의 의도가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파문을 덮기 위한 것이라면, 여당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과주체 논란〓오전 11시35분 시작된 첫 총무회담에서는 김의원 발언에 대한 사과를 누가 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승강이가 벌어졌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김의원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자기가 대신 사과하겠다고 했다. 총무들은 문제발언을 속기록에서 삭제한다는 데에는 쉽게 합의했다.

오후 3시에 열린 두번째 회담에서도 총무들은 같은 논란을 거듭했다. 양당 총무단은 “한나라당이 성의를 보여야 우리도 국회에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민주당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 “용갑이 형님이 워낙 완강하신 분이라서…”(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수석부총무)라며 서로 상대방의 양보를 촉구했다.

▽극적 합의, 그러나 결렬〓2시간만에 회담을 끝낸 두 총무는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선언했다. 두 총무는 이어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실로 자리를 옮겨 오후 7시반 국회를 열기로 합의했고, 곧바로 정창화총무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김의원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오후 6시50분경 민주당이 김의원 징계요구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의원총회 중이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소식을 듣고 “이제 와서 무슨 징계안이냐”고 반발하면서 본회의 불참을 결정했다.

반면 민주당측은 “우리가 언제 징계안을 내지 않는다고 했느냐”고 항변했다. 천정배 수석부총무는 “한나라당은 우리 당 이원성(李源性)의원 등에 대해 징계안을 내놓고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 김의원 발언에 대해선 끝까지 문제삼을 것이다”고 흥분했다.

▽심야 대치와 막판 합의〓여야 총무들은 오후 8시반경 각각 이만섭의장을 방문, 막판 의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자민련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강행하려 했으나 이의장이 이를 만류했다.

여야는 오후9시반 다시 열린 총무회담에서 ‘민주당이 국회에 제출한 징계안을 본회의와 윤리위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국회정상화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송인수·전승훈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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