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예비주자 "美대선을 벤치마킹 하라"

  • 입력 2000년 11월 10일 19시 10분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정치권에서도 단연 화제다.

여야는 저마다 나름대로의 관점을 갖고 미 대선을 분석하고 평가했다. 특히 차기 대권에 뜻을 둔 사람들과 그 측근들은 고어와 부시의 대결에서 뭔가 교훈점을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민주당〓차기 후보군에 속하는 한 인사는 부시가 승리한다면 그의 인간적인 매력이 승인 중의 하나가 됐을 것이라는 외신들의 지적에 대해 “이런 식이라면 정책 경쟁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흥분했다.

그는 “부시 전대통령이 92년 선거에서 클린턴후보에게 패배했을 때 미국에선 ‘경제다. 이 멍청아(It’s economy. you stupid)’라는 말이 유행했다”며 “이번에 고어후보가 결국 패한다면 ‘인간이다. 이 멍청아’라는 말을 들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은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합리적이라는 미국사회에서도 인간적인 솔직함과 친근감이 중요한 리더십으로 등장했다”며 “미국의 영상세대가 가지고 있는 감수성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도 “우리처럼 지역이 선거를 좌우하는 상황에서는 후보의 인간적인 매력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2002년 대선이 지역대결의 재판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후보간 인간성 대결이라도 됐으면 하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내심 부시후보 쪽으로 기울었던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플로리다주의 재검표 사태가 벌어지자 신중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능력 면에서 고어후보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던 부시후보의 선전 요인에 주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특히 미 대선 결과를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차기 대선전략에 연계시키는 분위기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고어후보가 갖고 있는 귀공자풍의 엘리트 이미지만으로는 부족하고 보다 편안하게 대중들과 호흡을 같이해야 큰 힘을 발휘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덕룡(金德龍)의원도 “판에 박힌 스타일의 고어후보보다 도덕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한 부시후보가 미국민들에게 인기를 얻었듯이 우리나라도 그런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의 이같은 분석은 명문교에 엘리트 법관 출신인 이총재의 대선 전략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총재 측근들 사이에서는 “2년 뒤 대선에서 이기려면 이총재의 인간적 풍모를 더욱 부각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공감을 얻고 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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