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수석대표의 이런 경직된 표정에는 이번 회담이 ‘잘 돼야 한다’는 부담이 배어있는 듯 했다. 조명록(趙明祿)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으로 탄력이 붙은 북―미 관계가 계속 상승기류를 타느냐 아니면 하강국면으로 접어드느냐가 이번 회담결과에 달려있기 때문.
특히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방북과 관련, 제이크 시워트 백악관대변인은 지난달31일 “이번 미사일회담 결과를 토대로 방북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만큼 회담에 임하는 양측 수석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부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은 지난달23, 24일 올브라이트장관과의 면담에서 미사일문제를 전향적으로 해결할 뜻을 전달했다”며 “이번 회담은 양측 최고위층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얼마나 예쁘게 ‘색칠’을 하느냐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정리했다.
문제는 북한 미사일문제가 갖는 성격상 완전한 타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 있다. 아인혼차관보는 회담직전 “미사일문제에 중대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야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장창천국장도 31일밤 “회담결과는 (협상을) 해봐야 안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미측의 관심사인 장거리미사일 문제는 ‘인공위성 대리발사’를 통해 타결될 가능성이 높지만 중단거리 미사일 수출중단에 따른 보상문제는 난항이 예상된다. 북한은 ‘매년 10억달러 현금보상’이라는 기존입장에서는 후퇴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측은 인도적 식량제공, 경제제재 추가해제 등을 제안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개발 포기 등과 관련해 미측에 요구해온 ‘체제보장’문제도 이번 회담의 쟁점사안이다.
<콸라룸푸르〓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