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공조' 3년만에 빛바랜 약속… 공동여당체제 사실상 붕괴

  • 입력 2000년 10월 26일 18시 58분


27일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 후보가 심야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후보의 신당동 자택을 전격 방문, 'DJP 후보단일화’를 이뤄낸 지 만 3년이 되는 날이다. 그러나 수평적 정권교체의 발판이 됐던 이날의 합의는 어느덧 '잊고 싶은 과거지사(過去之事)’가 되어버린 듯하다.

요즘 민주당과 자민련의 관계는 '공조’ '연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틀어져 있다. 정권교체 이후 'DJ대통령―JP국무총리’ 체제를 유지하며 공동여당을 이끌어오던 전무후무한 협력관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지난해 내각제 개헌 유보로 삐걱거리기 시작하던 양당 관계는 올해 4·13총선을 앞두고 자민련이 '야당의 길’을 선언하면서 원상회복이 어려운 상태로 접어들었다. 양당관계는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 추천을 계기로 한때 가까워졌지만 국회법 개정문제로 갈등이 심화되면서 그 간극이 더 벌어졌다. 자민련은 요즘 정부 여당을 향해 온갖 '쓴소리’ '거친소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맹렬히 비판하고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관련해서는 "이제는 노벨 모럴 해저드상을 받을 차례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DJP합의’ 3주년을 맞아서도 양당은 아무런 행사도 논평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JP는 거듭되는 DJ와의 회동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오히려 양당은 26일 서영훈(徐英勳)민주당대표의 '10·26’ 관련 발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서대표가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金載圭)씨의 행위에 대해 "더 큰 불행과 더 많은 희생을 막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마침 이날 박전대통령의 21주기 추도식을 다녀온 JP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다.

나중에 서대표가 "신문에 난 얘기를 한 것”이라며 "'김재규가 의인’이라는 얘기는 어불성설”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여당 대표가 '10·26’을 미화하고 살인마를 의인화하는 발언을 한 것은 무책임한 작태”라고 흥분했다.

<이철희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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