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김정일 면담]미사일개발 포기등 현안 논의

  • 입력 2000년 10월 23일 18시 50분


“미국 외무장관이 이렇게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찾아준 것을 환영합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오게 돼 기쁩니다.”(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

23일 오후 3시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열린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장관의 역사적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두 사람은 당초 24일 오전에 만날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브라이트의 도착 첫날 전격 회동이 이뤄졌다.

이날 회동을 주도한 사람은 김위원장. 김위원장은 6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도 특유의 ‘깜짝쇼’로 세계를 놀라게 했었다. 김위원장이 이날 백화원영빈관으로 올브라이트장관을 찾아오자 당시를 연상하는 정부 관계자가 적지 않았다. 김위원장이 올브라이트장관의 숙소를 찾은 것은 뭔가 ‘작심’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평양행 비행기에서 올브라이트장관을 수행한 미 국무부 고위관리가 “북한이 어떤 중대한 조치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언질한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평소 중요한 회담이 있을 때 특별한 브로치를 달아 자신의 의도를 암시하던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성조기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 분석가들은 다른 나라가 아닌 미 합중국의 외무장관이 북한을 방문해 김위원장을 만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고 있다.

이날 회동에는 북한측에서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통역 등 3명이, 미국측에서는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 스탠리 로스 동아태담당차관보,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 탈스 프리처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선임국장 등이 배석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포함해 심도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만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해 올브라이트 장관을 수행한 미 국무부 관리는 “북한이 미사일개발과 관련해 취할 수 있는 중대한 조치에는 (타국이) 상업용 위성을 발사해주는 대신 북한이 미사일 개발계획을 포기하는 것이 포함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위원장과 올브라이트장관은 이밖에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 삭제 △북한 핵 문제 △북―미 연락사무소 또는 외교대표부 개설 등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제균기자·평양〓한기흥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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