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민주-한나라 與-野인지 與-與인지"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8시 34분


16일 자민련 고위당직자회의에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난하는 발언들이 봇물을 이뤘다. 국회 추경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양당으로부터 ‘왕따’를 당한 데 대해 당직자들은 일제히 “밀실야합의 한심한 작태”라고 비난하며 ‘화풀이’를 해댔다.

특히 오장섭(吳長燮)사무총장은 “특검제 등 국민적 관심사가 3시간의 영수회담 이후 사라졌다. 여야관계인지 여여관계인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변웅전(邊雄田)대변인은 “공조를 한다는 자민련도 대통령과 정례회동이 없는데 야당이 대통령과 두 달에 한번씩 정례회동을 한다니…”라고 개탄했다. 여야 영수회담 이후 조성된 ‘상생(相生)의 정치’ 무드에 소외감을 느낀 자민련 당직자들의 뒤틀린 심사가 그대로 드러난 것.

하지만 정작 여야간의 첨예한 쟁점현안인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국정감사 증인채택과 한나라당이 제출한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문제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욱(金顯煜)지도위의장이 “분명한 당론을 밝혀달라”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김종호(金宗鎬)총재대행은 “그 문제는 의총을 열어 당론을 정하겠다”고 피해갔다. 이양희(李良熙)원내총무도 “국회일정상 11월7일 이후에나 본회의가 열릴 테니 그때까지 신중하게 검토해 당론을 결정하자”고 신중론을 폈다.

결국 ‘앞으로 3주 안에만 결정하면 된다’는 결론에 다른 당직자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넘어갔다. 불과 며칠전까지만 해도 대여(對與)강경론으로 들끓던 분위기와는 영 딴판이었다. 한 당직자는 “당지도부가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소속의원들만 이리저리 내둘리는 판에 강경파라고 목소리를 낼 기분이 생기겠느냐”고 당내 분위기를 전했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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