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동팀 해체/배경-과제]"역기능 크다" 판단

  • 입력 2000년 10월 16일 15시 2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논란이 돼 온 사직동팀(경찰청 조사과) 을 해체키로 결정한 것은 그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사직동팀은 유신 직전인 72년 6월 국가의 주요정책에 반하는 사건이나 대통령 특명사건에 대한 수사를 위해 '특수수사대'라는 명칭으로 설치됐다. 고위공직자나 대통령 친인척 비리 내사를 담당하는 별도 수사기구였다. 28년 동안 상당한 실적을 쌓았으나, 내사 중심인 업무의 비공개성 때문에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업무의 투명성이 강조되면서 사직동팀의 부작용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옷로비 의혹사건'에 지나치게 깊숙히 개입해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수사과정에서는 수사관의 강압수사와 금품수수 등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김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직동팀의 해체를 검토했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견제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참모들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그대로 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김대통령은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키로 한 것 같다.

여기에는 사직동팀이라는 특명기구의 존재가 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김대통령의 소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신광옥(辛光玉)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청와대가 갖고 있던 권한을 이제 경찰이나 검찰 등 각 수사기관의 고유업무로 복귀시킨다는 정상화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김대통령으로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에 부합하는 인권과 민주주의 신장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의 일환으로 사직동팀 해체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집요하게 문제를 삼고 있는 한빛은행사건을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문제는 약화될 고위공직자와 대통령 친인척 비리에 대한 감시기능을 어떻게 보완하는냐는 것. 청와대는 검찰 경찰 본연의 수사,정보기능에 맡기되, 대통령민정수석실에서 이를 관리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렇게 할 경우 소속부처의 수장이나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 혐의가 포착됐을 경우, 검찰 경찰의 하부조직에서 이를 원칙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검찰 경찰에서 내사가 진행될 경우 보고체계가 단선적이고 폐쇄적인 사직동팀처럼 보안이 유지될 것이냐 하는 것도 문제다. 고위공직자나 대통령 친인척 등에 대한 내사사실이 외부에 노출될 경우, 혐의의 유무가 드러나기 전부터 사회적 파문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영묵기자> 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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