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관, 클린턴-올브라이트 방북 '깜깜'

  • 입력 2000년 10월 13일 23시 49분


주미 한국대사관이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과 미국의 고위급 회담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북한방문이 합의된 사실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져 외교활동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주미 대사관은 12일 북한이 방송을 통해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과 미국측이 합의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 전에는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또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계획에 대한 정보도 본인이 11일 조 부위원장이 초청한 만찬에서 이를 공개하기 전에 미리 입수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사관 관계자들은 뒤늦게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다.

한 관계자는 “미국측이 회담 진행상황을 제때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미국은 조 부위원장의 방미 기간 중 웬디 셔먼 대북정책조정관을 통해 한국대사관측에 하루에 한 번씩 회담 진행 상황을 설명했으나 어쩐 일인지 북―미가 집중적으로 현안을 논의한 11일에는 그같은 설명이 없었다는 것. 미국은 12일 북한 대표단이 귀국길에 오른 뒤 한국대사관측에 회담 결과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대사관이 북―미 관계의 현실을 안이하게 생각한 데 대한 비판은 면키 어렵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언론이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초청에 따른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제기하자 “외교의 ‘외’자(字)도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해 왔기 때문이다. 주미 대사관이 북―미 관계가 급류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일을 교훈 삼아 대미외교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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