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국방장관회담]해안도로 따라 75분 '승용차 밀담'

  • 입력 2000년 9월 24일 23시 21분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국방장관회담에서도 ‘파격’이 연출됐다.

양측 수석대표인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과 북한 김일철(金鎰喆)인민무력부장은 제주공항에서 서해안도로를 따라 숙소인 롯데호텔까지 가는 75분 동안 차안에서 요담했다. 통상 공항에서 호텔까지 내륙도로를 이용할 경우에는 50분 정도 걸리는데 일부러 돌아가면서 예정에도 없던 대화를 가진 것. 조장관이 공항에 나가 직접 김부장을 맞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두 수석대표간의 차안 요담은 시간상으로 결코 짧지 않은데다 내용에 따라서는 공식회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실제로 6월13일 남북 정상회담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영빈관까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요담한 것이 ‘6·15 공동선언’을 이끌어내는 데 주효했다는 후문이고 보면 이런 관측은 무리가 아니다.

조장관의 공항영접과 승용차 동승은 남북 군수뇌의 첫 대좌에서 오는 서먹함을 없애고 사전에 인간적 친밀감을 쌓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조장관과 김부장은 차안에서 가을 날씨와 남한 방문 소감, 시드니 올림픽 등을 화두삼아 ‘6·15 공동선언’이후 급진전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평가하고 국방장관회담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자고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김부장 일행 13명은 오후 3시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서울에 왔다. 김부장이 군사분계선을 넘자 김희상(金喜相) 국방장관 특보가 경례 대신 악수로 그를 맞았다.

김부장 일행은 이어 준비된 승용차를 타고 통일로와 올림픽대로를 거쳐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한 후 군용기인 CN235를 타고 제주로 떠났다.

<제주〓황유성·부형권기자>ys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