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대치]등돌린 與野 "갈 데까지 가보자"

  • 입력 2000년 9월 8일 18시 33분


《민주당과 자민련이 8일 단독국회를 강행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그 때 한나라당 의원들은 거리에 있었다. 한나라당은 추석 연휴 이후 대규모 영남권 집회 개최를 기정사실화하는 등 투쟁수위를 계속 높여나갈 태세다. 여권은 한나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하고 있을 뿐 사실상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가위 정국’이 썰렁하다.》

▼여권 "국회 안들어오겠다고?"▼

여권은 8일 윤영철(尹永哲)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등의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를 단독으로 열었으나, 의원직사퇴서를 제출한 민주당 김기재(金杞載)의원까지 참석시켜 간신히 의결정족수(137명)를 채웠다.

따라서 본회의는 예정시간보다 30여분이나 지나서야 가까스로 개회됐다. 민주당 김운용(金雲龍)의원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국제회의 참석 때문에 불참했고 자민련 이재선(李在善),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의원은 단독국회 참여를 거부했다.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은 본회의에서 “국민과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건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기다리다가 불가피한 경우에는 국민의 양해를 얻어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정균환(鄭均桓)총무는 “한나라당이 당보배포를 이유로 약속을 파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회창(李會昌)총재가 강경분자들을 따라다니며 국회를 외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영훈(徐英勳)대표는 “한나라당이 오늘도 비방전단 살포를 위해 역에 나갔다”며 “모두 일치단결해 의연하게 행동통일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김기재의원은 의총에는 참석하지 않고 곧바로 본회의에 출석했다. 그는 “사표가 수리되기 전까지는 당원으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자민련 의원간담회에서는 일부 의원이 당 지도부의 표결참여 방침에 반발했다. 이재선의원은 “더이상 민주당 들러리 서는 일은 안한다”며 간담회 직후 동료 의원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국회를 떠나버렸다.

또 불참을 고집하다 마지못해 참석한 이완구(李完九)의원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도 아니고 이렇게 당을 끌고가면 안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철희·전승훈기자>klimt@donga.com

▼한나라 "민심 모른척하겠다고?"▼

한나라당은 8일 명동 신촌 영등포 청량리 등 서울 시내 곳곳에서 현정부의 국정파탄을 규탄하는 내용의 특별당보 가두배포에 나서는 등 대여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소속 의원 대부분은 이날 버스를 타고 집결지에 도착해 시민들에게 당보 1만6000여부를 나눠주었다. 이회창(李會昌)총재도 명동의 상인들에게 당보를 나눠주며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과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 등을 직접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9일에도 소속의원 및 사무처요원들을 총동원해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성객들을 상대로 6000부의 당보를 배포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장외공세는 전날 서울역 집회가 성공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

당직자들은 “서울역 집회를 계기로 국민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달됐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추석연휴가 끝난 후 대구 부산 등 영남권에서 가질 장외집회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회창총재가 서울역 집회에서는 연설을 맡은 부총재들에 비해 목소리를 낮췄지만 영남지역 집회에서는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강경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나라당은 이 같은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권이 계속 ‘무대응 전략’으로 나올 경우에 대비, ‘다단계 투쟁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총재의 핵심측근은 “여권이 계속 민심에 귀기울이지 않으면 이총재의 단식과 의원직 총사퇴를 최종 카드로 준비하고 있다”면서 “이총재는 확실한 야당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도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여당이 반성하지 않으면 우리로선 더 강도 높은 장외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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