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黨쇄신책 왜 없나" 불만 '술렁'

  • 입력 2000년 9월 7일 18시 58분


민주당의 한 중진은 7일 “도대체 당의 ‘386’들은 다 어디 갔느냐”며 “용기 있는 발언이 나오면 지원사격을 해야지”라고 언성을 높였다.

6일 당 의원총회에서 김경재(金景梓)의원이 ‘당 위기론’과 ‘지도부 책임론’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을 계기로 그동안 뒷짐지고 있던 중진과 초 재선의원들이 당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발언 당사자인 김의원은 “30여통의 격려전화를 받았다”고 말했고, 한 중진의원은 “속이 다 시원하다”고 동조했다.

의원들의 불만은 여러 방면으로 표출되고 있다. 우선 최고위원 경선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의 전면쇄신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 실망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그동안 잘했든 잘못했든 전당대회를 했으면 심기일전을 위해 당직개편을 하는 것이 상례 아니냐” “대통령이 당직을 유임시킨다고 했을 때 최고위원들은 왜 강력히 진언하지 않았느냐” 등의 볼멘 소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에 대해 1일 청와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했던 한 최고위원은 “뭔가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이미 당6역 인사내용이 찍힌 유인물이 회의실 탁자 위에 놓여 있더라”면서 “대통령이 당직인사와 관련해 서영훈(徐英勳)대표에게 ‘할 얘기가 있느냐’고 물었고,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가 ‘좋습니다’고 말해 그대로 통과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대야(對野)전략에 있어서도 ‘법대로 하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지침에 대해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의원은 “법대로만 되면 여야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대통령이야 원칙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지침을 받는 당 지도부는 유연성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에 가봐야 할 일이 없다”는 의원들의 소외의식도 심각하다. 일각에서는 집단행동의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한 ‘386’의원은 “중진이고 재선이고, 만나는 사람마다 ‘빨리 행동에 나서라’는 독촉이 심하다”며 “대통령이 귀국한 뒤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도부의 시각은 여전히 냉랭하다.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김경재의원이 의총에서 발언을 할 때 내가 한마디할까 하다 참았다”며 “(김의원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오늘(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의원의 발언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전했다. 한 당직자는 “김의원이 원래 그런 사람 아니냐”며 “전형적인 인기발언”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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