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갑 발언 배경]쌓이는 정국악재 돌파 노림수?

  • 입력 2000년 9월 6일 23시 11분


민주당 한화갑(韓和甲)최고위원이 6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한나라당의 양분’과 ‘제3세력 대두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최고위원은 의총이 끝난 뒤 별도 보도자료를 내고 “원론적인 말로, 큰 의미를 두지 말아달라”고 해명했으나 여권 실세가 ‘야당 분열’을 공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그의 발언 요지는 “한나라당이 민의를 무시하고 정국파행을 장기화시키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 한나라당이 양분될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은 한최고위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야당 흠집내기와 협박정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에선 한최고위원의 발언이 이 같은 파문을 의식하지 못한 단순 실언인지, 아니면 계산된 ‘노림수’였는지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최고위원의 발언이 결코 ‘허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의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한최고위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에도 이회창(李會昌)총재의 강경노선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총재의 강경투쟁이 이들 온건파를 이탈시켜서 당을 양분시키거나 당 밖의 세력에 활동 공간을 제공할 수도 있다는 애정 어린 충고”라고 설명했다. ‘당 밖의 세력’은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을 지칭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야권 주변에 과연 한최고위원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변화의 징후가 실제로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치권에선 야당 내에 이총재에 대한 불만세력이 없지는 않지만 당을 이탈할 만큼 심각한 상황은 아니며, 김전대통령의 움직임도 한나라당 세력을 흡인할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가 다수다. 야당의 움직임이 정말 심각하다면, 여당으로서는 정치공작 오해 때문에도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한최고위원이 파문을 몰고 올 발언을 ‘감행’한 데 대해 당 일각에선 “국회법 날치기 이후 ‘윤철상(尹鐵相)의원발언파문’ ‘한빛은행특혜대출의혹’ 등으로 자꾸 꼬여만 가는 정국의 방향을 돌리기 위해 논란거리를 던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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