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쌀 수입해서 갖다주나" 대북정책 비난

  • 입력 2000년 9월 4일 19시 04분


한나라당은 4일 정부가 대북(對北) 식량 차관 제공을 검토키로 한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는 등 일련의 남북 공동 추진현안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우리도 쌀 사정이 넉넉지 못한데 북한에 20만t 정도를 보낸다면 쌀을 수입해서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관 형식으로 보낸다고 하지만, 북한이 이를 갚지 않아도 다른 방도가 없지 않느냐”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5만t 정도를 무상 지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남북관계특위 위원인 박세환(朴世煥)의원은 북한에 주는 식량이 군량미가 아닌 민간인 구휼미로 쓰인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식량이 인도주의적으로 사용되는지 여부를 감시하는 체계도 없이 지원 방침을 결정한 것은 너무 성급했다”고 비난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TV3사 특별회견을 통해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성토발언이 줄을 이었다.

당내 국군포로 및 납북자문제 특위 위원장인 강삼재(姜三載)부총재는 “‘6·15’남북공동선언에서는 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가 우리 당이 줄기차게 요구하니까 뒤늦게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제2차 장관급회담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해 개탄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경의선 복구와 개성∼문산의 4차로 도로 개설 문제에 대해서는 ‘북에 남침 접근로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냐’는 등의 극단적 반론까지 제기됐다.

지만원(池萬元)사회발전시스템연구소장은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을 상대로 강의하면서 “경의선을 잇고 도로를 새로 만들면 250㎞에 이르는 전선의 모든 방어시설이 한순간에 의미를 잃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철로와 도로가 개통되면 서울은 불과 5시간 이내에 무혈 점령된다. (정부가) 국민을 ‘눈물 파티’에 초대해 놓고 남침의 길을 합법적으로 뚫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지금 우리는 김정일(金正日)의 지령에 따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정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한편 목요상 의장은 “민족화해 등을 위해 경의선 복구에는 찬성하지만, 휴전선 철폐문제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평화와 화해 협력 불가침이 선행된 후에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희태(朴熺太)부총재는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철로와 도로를 만든다고 이것이 남침로가 되느냐. 공사를 하면서 유사시 적의 차량을 저지하는 장치를 만들면 별문제 안된다”고 반론을 폈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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